미국의 최북단인 메인 등 뉴잉글랜드 지방을 돌아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 농촌과 어촌이 많고 너무 조용해 미국인데도 전혀 딴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지역이다. 그리고 발음에서부터 영국인 냄새가 가장 물씬한 지방이다.
이곳에 관광객이 몰리는 시즌은 가을이다. 메인, 뉴햄프셔, 버몬트주는 단풍이 제일 먼저 시작되는 곳으로 10월에 들어서면 우거진 숲이 온통 총천연색으로 변하면서 장관을 이룬다. 특히 버몬트주는 단풍을, 메인주는 랍스터를 주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지난주 미국관광회사의 ‘뉴잉글랜드 여행’에 끼어들어 최북단 6개 주를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다. 단풍도 단풍이지만 나는 평소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뉴잉글랜드’는 메인, 뉴햄프셔, 버몬트,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매서추세츠 등 6개 주를 일컫는다. 6개 주의 인구를 모두 합해도 플로리다의 인구와 비슷한 1,500만명 규모에 불과할 정도다.
이 6개 주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놀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흑인들을 보기 힘든 사실이다. 뉴잉글랜드는 역사적으로 노예해방에 가장 앞장 선 지방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흑인이 드무냐고 물었더니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서라는 것이 현지인들의 대답이다.
두 번째는 백인 일색의 지방인데도 이번 선거에서는 이 지방 사람들 대부분이 흑인인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는 공화당에 대한 백인들의 분노다. ‘타운 미팅’은 원래 뉴잉글랜드에서 시작된 것으로 지금도 무슨 일이 있으면 동네 주민들이 모여 토론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여행하는 동안 이곳 지방 TV에서 매일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주민들의 타운 미팅이 열리는 것을 보았는데 현 정부에 대한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메인, 버몬트. 뉴햄프셔 등이 미국에서 실업률 선두를 달리고 있으니 그 분노에 이해가 간다.
여행기간 동안 내슈빌에서 제2차 양당 대통령후보 디베이트가 있었다. 다음날 버스에 오르자 미국인 가이드가 아침 인사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지금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요. 그러나 참아 주세요. 나의 할머니는 모르는 사람끼리 모였을 때는 가족, 종교, 정치에 관한 토의를 절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 생각이 옳다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관광객끼리 바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 나누다 보니까 선거 이야기가 절로 튀어 나왔다. 콜로라도주에서 온 50대 미국 남자가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바마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여러 면에서 미국에 탈바꿈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매케인 지지자요?
나는 매케인 지지자가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요. 오바마는 사회주의자 같아 싫어. 이름도 그렇고… 바라크 후세인 오바마가 뭐야. 후세인이라니! 모슬렘 이름 아니요? 오바마가 똑똑한 것은 알겠는데 그냥 싫어요. 그런데 매케인도 싫단 말씀이야. 아니 페일린 같은 여자를 어떻게 러닝 메이트로 골랐지? 그 판단력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오바마도 찍기 싫고 매케인도 찍기 싫고… 이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요.
이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