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인생의 고비 길에서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결심하고 학업에 복귀하는 한인들이 눈에 띄고 있다.
장기적인 불경기로 생활고는 갈수록 심해지고, 대학(원) 등록금도 껑충 뛰었지만 그래도 가장 확실한 투자는 바로 ‘교육 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휘청거리는 매상으로 하루하루가 불안한 자영업자들은 물론, 기업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 속에서 감원 위기에 초조해하는 직장인들까지 직업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환으로 ‘교육’을 투자 대상 1순위로 선택하고 있는 분위기다.
20대 중반에 남들보다 일찍 가정을 꾸리면서 대학을 중퇴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이경종(38)씨. 모 제조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며 그의 성실함은 일찌감치 인정받았지만 승진 때마다 동료들에게 밀려나기 일쑤였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매출 급감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회사는 다운사이징 추진과정에서 지난 5월 이씨에게 결국 퇴직을 요구했다. 이씨는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했지만 아내에게 큰 부담인 줄 알면서도 상의 끝에 복학을 결정했다. 10년 전 대학 중퇴시기에 비하면 엄청나게 오른 학비 부담이 컸지만 그보다는 마흔을 넘기기 전에 어떻게든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솔직히 평생 비전 없는 삶을 살 것 같다는 두려움이 훨씬 더 컸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생활비 부담을 줄이려고 처가살이를 자청했고 야간학부
에 등록해 낮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주경야독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던 백병기(33)씨도 올 가을 경영대학원(MBA)에 입학한 케이스. 결혼이냐 대학원 진학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대학원 진학을 우선순위로 선택했다. 백씨는 짧은 사회생활 경험이었지만 ‘교육적 투자’는 결코 배신하거나 밑지는 법이 없다며 당장은 학비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직업의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실제로 연방 센서스에서도 2007년 기준, 학사학위 소지 남성의 중간소득은 5만7,397달러, 여성은 3만8,628달러인 반면, 대학원 졸업생들은 남녀 각각 7만7,219달러와 5만937달러로 대졸 학력자보다 소득수준이 높다.
미국에서는 경기가 나쁘면 나쁠수록 대학 등록률은 증가 추세를 보여 온 것이 사실. 다양한 기술을 익히거나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시장에서 보다 나은 조건을 갖춰보겠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대졸자들마저도 다시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찾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게다가 토플과 대학원입학시험(GRE) 등을 주관하는 세계 최대의 비영리 교육평가 및 연구기관 ‘ETS’도 올 가을부터 미 대학 캠퍼스를 누비며 ‘대학원 진학 권장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대졸학력으로 경쟁하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대학원 교육이 사회생활의 기본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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