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고 김 한옥씨의 장례식에는 킬린 지역의 많은 한인 동포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3일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 한 사람들이다. 평소 각자 가는 길이 다르고 개인의 의견과 삶의 방식의 다름을 접어두고 한인사회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인 것이다.
김 한옥씨의 사망 소식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 하고싶지 않는 비보였다. 킬린 경찰에 의하면 킬린 지역 한인사회가 존재하기 시작 한 이후 한인사회 내에서 살인 사건이 처음으로 발생 한 것이라고 하는 대 사건으로 동포사회가 전체가 충격을 받은 것이다.
고인의 장례 예배 말씀에서 허 양욱 목사가 <님의 침묵>중 “님은 떠났지만 나는 보내지 않았다.”라는 시를 읽는 순간 주어진 운명의 시간마저도 다 하지 못하고 떠난 고인을 보낼 수 없는 사람들의 슬픈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고인의 가족과 절친했던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는 그저 “마음 좋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한인사회의 행사 때마다 제일 먼저 도착해서 준비를 돕고 마지막까지 남아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봉사정신이 강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좋아 할 수 있는 이웃 아저씨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고인과 절친했고 그와 함께 하루전날 골프를 치고 웃음을 함께 했던 고인의 친구(정 영식)가 마지막으로 친구를 보내는 조사에서 “네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야 할 자리가 너무나 넓다. 한옥아 잘 가거라.”하는 순간 조객들의 서러움을 억제하려는 훌쩍이는 소리는 교회 안을 가득 채워졌으며 평소 고인과 친분이 없었던 사람의 마음 마저 뭉클 하게 해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이 세상을 떠나는 시간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날 때 살아 남은 사람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며 자신이 살아 남아있는 것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 마저 들게 한다. 더욱이 김 한옥씨는 신이 주어진 운명을 남의 손에 빼앗겼기 때문에 유족은 물론 그와 친분 있는 사람 또는 그를 모르는 사람들마저도 슬프게 했다.
미주 동포사회는 대부분이 자녀들의 장래 교육과 좀 더 낳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 미국을 선택한 이민 가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자신이 태어나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곳을 떠나 외국으로 이민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가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가족의 행복을 책임 져야 하는 가장이라면 이민생활은 더더욱 어려운 과정이다.
고인 역시 1988년 부인과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미국으로 건너와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민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가 두 어린아이들과 아내의 손을 잡고 처음 미국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느꼈을 두려움도 가족을 위해서 숨겨야 했고 미국생활을 시작하면서 겪어야 하는 수만은 어려움도 가장 이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숨겨야 했을 것이다.
그는 미국 도착해서 새로운 땅에서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사치로 생각하고 미국에 도착한 이틀 후부터 일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세상을 뜨는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일을 했던 사람이다. 그는 하루를 쉬는 것도 사치스럽게 생각 할만큼 가족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았던 성실한 가장 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당일에도 하루종일 일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저녁식사 하는 도중 불운을 당한 것이다.
고인은 비록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기 이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의 미완성은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가 살아생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열심히 일을 한 것으로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열쇠를 가족들에게 남겨 주고 떠난 사람이다.
고 김한옥씨의 살아온 모습은 가장 평범한 이민 가족의 가장의 모습이자 바로 우리 동포사회의 모습이다.
킬린 한인동포 사회는 순식간에 두 이웃을 잃은 슬픔을 당했다. 한 사람은 그를 보내는 것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축복을 받으며 떠났고 또 한사람은 살인범으로 싸늘하게 사회의 그늘로 사라졌다. 최근 미국 사회의 경제불황으로 가장 예민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한인사회는 어느 때보다 침울한 생태에 빠져 있었다. 그런 우리들에게 이런 슬픈 일은 한층 더 마음을 무겁게 해주었다.
생전에 싱글벙글 한 웃음을 항상 얼굴에 걸고 살았던 고 김한옥씨를 기억하면서... 남아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내 이웃이 잘 지내고 있는가를 살펴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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