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자 폭발적 증가 … 10년 내 10억장 신규 발급 전망
마구잡이 발급으로 악성구좌 급증
젊은 층 소비와 맞물려 더욱 심화
연체자 신문 공개 · 해결사 동원 등
은행들 손실 줄이기에 온갖 수단
당신이 두 번 연속 카드 페이먼트를 연체했을 경우 밸런스를 무거운 벌과금과 함께 일시불로 갚도록 규정한 법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은행은 지역신문에 당신을 상습 체납자로 광고한다. 이 정도는 약과이다. 어느 날 사무실에 나타난 주먹들이 당신을 은행으로 끌고 가 지불각서에 서명할 때까지 감금할 수도 있다.
중국 스타일의 크레딧 카드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중국 은행들은 최근 수천만장의 크레딧 카드를 신규 발급했다. 현재 13억 인구인 중국에서 유통되는 크레딧 카드는 1억장에 달한다. 2003년에는 300만장에 불과했었다. 연체율 증가로 카드 발급을 줄이고 있는 미국 크레딧 카드사들과 달리 중국은행들은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앞으로 5~10년 내에 10억장의 신규 카드가 발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전직 임원이었던 체 웨이 중은 ‘차이나 머천트 은행’의 카드 발급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9,000명의 직원들이 그를 위해 일한다. 중이 지휘하는 세일스 부서는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사무실 건물들과 건물들의 점유율, 평균 렌트비 등 통계를 면밀히 조사한다. 보고서가 본부로 보내지면 건물에 대한 크레딧 스코어가 정해지고 그런 다음 건물 내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개별적인 마케팅이 개시된다. 중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연체가 발생하면 즉시 100개가 넘는 컬렉션 회사들에 어카운트를 넘겨 버린다.
중은 악성 어카운트 가운데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10% 미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감옥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 법은 3,000달러 정도라도 고의적으로 연체를 했을 경우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해도 크레딧 카드 연체는 줄지 않고 있다. 분석가들은 올해 중국은행들의 크레딧 카드 융자 손실처리율이 2~3%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 6월 미국의 비율이었던 6.6%에 비해 절반 이하이다.
‘시노 크레딧’의 회장인 다윈 투는 “미국에서는 좋은 크레딧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여러장의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들이 서브프라임 고객들은 노린다”며 중국에서는 아직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지적한다. 크레딧 스코어 산정의 선구자인 미국 ‘페어 아이작’사에서 훈련 받은 투는 “평균적으로 중국 크레딧 카드 소지자들은 2장 이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다. 미국인들은 5장이다.
‘차이나 머천트 은행’의 중은 자신의 부서의 융자대비 손실 비율이 지난 2005년 0.67%에서 금년에는 최소 1.5%로 급증했다고 밝힌다. 이런 추세는 한 자녀 세대에 속하는 젊은 층에 대한 카드 발급이 늘면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구세대보다 씀씀이가 헤프다. 중국 카드 사용자들 가운데 70%는 매달 밸런스를 전액 갚아 버린다. 이는 “다음 해 먹을 양식을 금년에 먹기를 즐기지 말라”는 속담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전통과 관계가 있다고 한 은행 관계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젊은 층은 다르다. 이 관계자는 “젊은이들은 내일의 돈을 오늘 쓰는데 편안함을 느낀다 ”고 말한다. 금년 27세인 덩 지알링은 2006년 ‘차이나 머천트 은행’에서 첫 카드를 발급 받았다. 셀폰 부품회사에서 일하는 그의 월급은 500달러 정도이고 그의 첫 카드 한도액은 400달러였다. 연 이자율은 대부분의 중국 카드가 그렇듯 18.25%였다.
덩은 셀폰을 구입했다. 그러자 카드 한도액이 바닥났다. 이어 중국 최대 카드 발급사인 ‘차이나 컨스트럭션 은행’에서 두 번째 카드를 받았다. ‘시노 크레딧’의 투는 “은행에 이미 발급 받은 카드를 보여주면 새로운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은행 간에 데이타는 연결돼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 카드도 한도액을 넘어서면서 카드 신청은 계속됐다. 결국 카드는 9장으로 늘었고 총 밸런스는 전자제품 구입, 병원비 4,000달러, 외식 등으로 총 1만7,000달러로 불어났다. 한 카드에서 현금을 인출해 다른 카드를 갚는 식의 돌려 막기를 계속했다.
그러다 지난 6월 어느 날 저녁 3명의 건장한 남자가 그의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뒷문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붙잡혀 차에 강제로 태워진 후 도시 건너편에 있는 ‘차이나 민셍 은행’ 사무실로 끌려갔다. 이 은행에 대한 체납액은 2,000달러였다. 이곳에서 그는 오랜 시간 닥달을 당한 후 결국 3일안에 갚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고 지문 날인까지 한 후에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연체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광동 개발 은행’은 상습 연체자의 신원을 신문에 내보내고 있다. 이런 방침에 일부 은행들은 눈살을 찌푸리지만 이것이 중국에서 불법은 아니다. 은행들에도 문제는 있다. 대개 카드의 현금 서비스는 한도액의 일부로 제한된다. 그런데 중국 은행들은 현금 한도액을 높이고 수수료는 낮춤으로써 소지자들의 사용을 부추긴다. 또 밸런스 이체 등 달콤한 유인책을 던져 소지자들이 회전문 식으로 부채를 돌리도록 꼬드긴다.
중국 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추세가 어젠가는 미국 금융기관들과 같은 대형 손실이나 2000년대 초 한국에서 발생했던 것 같은 ‘카드 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자들도 있다. 경제와 소비자법 전문인 상하이의 얀 이밍 변호사는 “결국 은행들이 카드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달렸다”며 “은행들이 너무 공격적으로 카드를 발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크레딧 스코어 모델 개발 착수
중국 중앙은행
중국 은행들은 신청자의 크레딧을 즉시 조회해 수분 내에 승인여부를 결정할 만한 전국적인 크레딧 기관이나 스코어 산정 모델이 없다. 대신 수많은 젊은 직원들이 신청자의 정보를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벌인다.
현재 중국 중앙은행은 미국의 엑스피리언, 에퀴팩스, 트랜스유니언 같은 크레딧 확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 현재 데이터베이스에 약 6억명의 정보가 수록됐다고 밝힌다. 이 가운데 3% 정도가 각종 빌 혹은 크레딧 카드, 융자 연체자로 분류됐다. 은행들은 이를 토대로 카드 신청자를 심사하지만 문제는 이 데이터베이스가 나머지 97%의 크레딧을 철저히 확인하기에는 완전치 못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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