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1960~) ‘한번쯤은 죽음을’ 전문
열어놓은 창으로 새들이 들어왔다
연인처럼 은밀히 방으로 들어왔다
창틀에서 말라가는 새똥을
치운 적은 있어도
방에서 새가 눈에 띈 건 처음이다
나는 해치지도 방해하지도 않을 터이지만
새들은 먼지를 달구며
불덩이처럼 방 안을 날아다닌다
나는 문손잡이를 잡고 숨죽이고 서서
저 지옥의 순간에서 단번에 삶으로 솟구칠
비상의 순간을 보고 싶을 뿐이다
새들은 이 벽 저 벽 가서 박으며
존재를 돋보이게 하던 날개를
함부로 꺾으며 퍼덕거린다
마치 내가 관 뚜껑을 손에 들고
닫으려는 것처럼!
살려는 욕망으로만 날갯짓을 한다면
새들은 절대로
출구를 찾지 못하리라
한번쯤은 죽음도 생각한다면……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은 초월의 순간이다. 그것이 바로 개벽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은 어디에나 있을 것인데, 새의 머리로 죽음을 생각하면서 개벽을? 어림도 없는 얘기다. 아니 사람이라도 어림없다. 목숨이 달린 것들은 삶에 대해서만 골똘했지 죽음에 대해서 골똘하지 않다. 정작 죽음에 임박해서도 죽음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인간들에게는 있는 것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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