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가장 권위있는 전시회가 경복궁에서 열렸다.
내로라 하는 기성작가들을 비롯하여 미술에 뜻을 둔 사람들은 1년 내내 전심전력 작품 제작에 몰두하게 되었는데 제1회 국전 최고상인 대통령상은 당시 경기사범 미술교사였던 류경채 선생에게 돌아갔다. 류선생은 1949년을 시작으로, 1981년 국전이라는 이름이 없어질 때까지 꾸준히 국전을 지켰다고 들었다.
제2회 국전의 대통령상 수상자는 이준 선생이었고 내가 한국을 떠난 1972년까지 여성화가로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는 박내현 선생과 이대 후배인 원문자씨 두 분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쟁쟁한 실력가들이 여럿 있었으나 대통령상은 한 명만을 뽑게 되어있으니 아깝게 해마다 기회를 놓치고 마는 이들을 보았다.
5.16 이후 박대통령이 국전 대통령상을 받는 작가에게 대단한 부상을 주었다. 이름만 있는 상이 아니고 세계일주 여행의 비행기 표를 주며 “넓은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공부하고 오라”고 했다니 미술하는 사람들은 사기충천할 수밖에.
그 아이디어는 김종필씨에게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내가 해본 것은 내가 말석에 끼여 있던 목우회에 ‘J.P.상’이라는 것이 있어 해마다 공모전 때 최고상인 ‘J.P.상’을 타면 자동적으로 회원으로 들어올 수 있었으며 김종필씨가 내놓은 금일봉을 받고 있었다. 김종필씨는 그림을 좋아해서 화가들을 잘 도와준 것으로 안다.
목우회의 시작은 어느 해 국전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마친 후 덕수궁 뜰에 둘러앉아 담소하던 중 “우리 이렇게 1년에 한번씩 만나 심사하고 헤어지는데 작은 단체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렇게 되어 나무 밑에 앉아서 만들었으니 ‘목우회’(木友會)라고 하자고 정하고, 심사위원뿐이면 너무 쓸쓸하니 제자들 몇 명씩 끼우기로 하여 홍대에서 김숙진 박광진 박희만, 서울미대에서 박석환, 이대에서 한진수 이경순 등… 그 후 국전 대통령상을 받은 장리석, 이의주, 임직순, 이경희씨 등과 국무총리상을 받은 홍범순이 이대 출신으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
내가 목우회에 들어가게 된 것은 어떻게 된 이유인지 나는 모른다. 1963년 봄 전시회가 있어서 전시장을 혼자 지키고 있는데 ‘설초’ 이종우 선생이 오셨었다. 전시장을 한바퀴 돌아보시더니 사인을 하시고 대뜸 하시는 말씀이 “목우회에 들어오지 않겠느냐?”였다. 나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저는 아마 안 될 겁니다. 회원 일동이 만장일치로 새 회원을 뽑는다면서요?” 소문을 들은 대로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싱긋 웃으시며 “아마 통과될 겁니다” 하시고 나가셨다.
며칠 후 기별이 왔기에 가보았다. 월례회를 하고 있었는데 30여명 회원이 일어서서 박수를 쳐주었다. 김인승 선생 등 원로 선생들은 앉아서 쳐다보시며 머리를 끄덕끄덕 하신다. 너무 기뻤다. “이제 겨우 미술가로서 인정을 받았구나. 열심히 해야지!” 그 해부터 매년 한번도 거르지 않고 1972년까지 출품을 했었다.
당시 목우회 회원들의 얼굴을 나는 아직도 대부분 기억한다. 설초 이종우 김인승 이병규 도상봉 오지호 박영선 임직순 천칠봉 김응진 김원 김형구 조병덕 이동훈 손응성 이경희 강길원 김영창 박성환 박상옥 오승우 박광진 이의주 김창락 김봉기 김찬희 이경순 양인옥 그리고 또 누구드라?
1972년 나는 한국을 떠나왔다. 가끔 전시회를 위해 가보기는 했어도, 돌아가 살 마음은 글쎄다… 지금 목우회의 얼굴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김순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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