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탈북자 돕다 2000년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
영양실조.고문 후유증으로 수용소에서 사망
미 시민권자 가족, 미 연방법원에 피해배상 청구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가 지난 2000년 1월 북한에 끌려간 김동식(61) 목사의 가족이 북한을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09-cv-00648)을 제기했다.김 목사의 동생 김용석씨와 아들 김한K씨는 지난 8일 미 연방 워싱턴 D.C. 지방법원에 공동 명의로 낸 소장에서 북한이 국제 협정과 미국 연방법을 위반하고 김 목사를 납치, 감금, 고문, 살해했다며 이로 인한 자신들의 정신적 고통과 현실적 피해에 합당한 손해배상 판결을 청구했
다.
소장은 “이 소송은 북한 에이전트들에 의해 중국에서 납치돼 불법 감금과 고문을 당하고 결국 북한 감옥 수용소에서 굶겨져 살해당한 미국 영주권자의 미국 시민권자 동생과 아들이 제기하는 것”이라며 “김동식 목사의 납치는 김 목사 납치를 목적으로 중국 국경도시 옌지에 파견된 북한 보위부 요원들에 의해 행해졌다”고 주장했다.이는 미국 영주권자로 한국 국적자인 김 목사의 납치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미국 법원에 제기된 적법성과 그에 따른 법원의 재판권을 강조한 것으로 김 목사 납치로 인해 김 목사의 미국인 가족이 입은 피해를 미국 법원이 판결해 달라는 내용이다.
소장에 따르면 1947년 한국에서 태어나 부산의 고려신학교를 졸업한 김 목사는 미국 일리노이주 한인 교회인 ‘시카고 성결 교회’(Chicago Evengelical Holiness Church)의 목사로 한국에서 수년간 활동하다 탈북자와 북한 난민 가족들을 돕기 위해 1993년 중국으로 이주했으며 (지린성) 옌지시에서 북한 어린이들과 장애인들의 학교인 ‘사랑의 집’을 운영했다.소장은 당시 북한이 북한인들의 탈북 차단 노력과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정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북한 보위부가 김 목사의 활동에 대해 알게 돼 그를 납치하기로 했고 “1994년 4월 이선희(Lee Sun Hee)라는 가명으로 활동한 북한 공작원이 탈북자를 가장해 김 목사에게 접근, 10개월간 가깝게 연락을 취하며 자신의 상관들에게 김 목사의 활동을 상세히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은 “이선희는 최근 중국에 온 탈북자 2명을 소개한다는 구실로 2000년 1월16일 김 목사를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고 함께 식사를 한 뒤 식당을 나서는 순간 김 목사는 요원들에 의해 택시에 강제로 떠밀려져 앞좌석에, 납치범 2명은 곧 바로 뒷좌석에 뛰어들어 탑승한 상태에서 택시를 출발시켜 떠났다”고 설명했다.소장은 또 “택시가 김 목사를 옌지시 밖으로 데려간 뒤 김 목사는 ‘산해’(Sanhe)에서 또 다른 차로 옮겨져 두만강 국경 인근으로 운송됐고 납치범들은 같은 날 오후 김 목사를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끌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장은 이외에도 “김 목사는 북한의 정치범 노동 수용소에 감금돼 극심한 고문을 당했고 그에게 종교 믿음을 버리고 주체사상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자 그를 굶겼다. 김 목사는 영양실조와 수감 중 가해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며 “김 목사의 정확한 사망시기와 장소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그의 유해는 평양 외각 상원의 인민군 91 훈련소에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고 전했다.소장은 이어 김 목사가 납치 사건으로 실종된 직후 미국에 살고 있는 김 목사의 가족이 그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중국 정부와 한국 정부를 접촉했으나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고 수년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사여부 조차 모르고 있다가 드디어 2005년도에 탈북자들을 중국에서 납북시킨 북한 공작원들이 한국 당국에 검거됨에 따라 그들의 진술로 인해 김 목사가 북한으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숨진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족이 겪은 고통을 강조했다.
소장은 그러나 “냉혹하게 오늘까지도 북한 정부는 2000년에 김 목사를 납치했고 그가 수용소에서 사망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김 목사의 유해를 가족들에게 넘겨주는 것도 거부하고 있어 김 목사의 가족을 더욱 괴롭게 하고 있다”고 호소하며 법원이 배심재판을 열어 김 목사 가족의 피해를 배상해 달라고 청구했다.한편 김 목사 납치 사건은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 상원의원 재직 당시 동료 의원들과 함께 주유엔북한대표부에 보낸 서신을 통해 북한이 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각별한 관심을 보인 바 있고 미 연방의회에는 김 목사 납치 사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문제 해결에 대한 의회의 강한 결의를 확인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과 법안이 새 회기 마다 재차
상정되고 있어 이번 소송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김동식 목사
▲대북 인권단체 회원들이 1월16일 오전? 한국 외교통상부청사 앞에서 김동식 목사의 피랍 9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김 목사 유해의 조속한 송환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기자의 눈/ 김 목사 손배소의 의미
김동식 목사의 가족이 미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은 여러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소송은 지난 9년간 정신적, 실제적 고통을 당해온 김 목사 가족의 아픔에 ‘매듭’(closure)과 치유 시작으로 삼는 계기가 될 수 있다.소송은 또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는 김 목사 납치 사건이 미국 법정이라는 중립적 기구에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그 진상이 더욱 명확하게 정리돼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소송은 그 외에도 미국 영주권자로 국적이 대한민국인 김 목사의 납치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이 미국 국적을 가진 그의 가족에 의해 미국 연방법원에서 재판에 부쳐진다는 점이 법률적인 차원에서 주목된다.실제로 미 연방법원에는 김 목사 소송에 앞서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에서 1952년 5월 발생한 일본 ‘적군파’(JRA) 무장 공격 테러 사건, ▲1963년 1월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호 사건, ▲2006년 7월과 8월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북부지역 로켓 공격 사건 등 북한을 상대로 한 3건의 손해배상 사건이 제기된 바 있다.
로드 공항 사건은 당시 이스라엘 방문 중 총격 피해를 당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들과 가족이 제기한 소송이며 푸에블로호 사건은 푸에블로호에 탑승해 있다 북한에 끌려간 뒤 풀려난 미국인 승무원들과 유족이 제기한 소송이다.또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사건은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당시 폭격으로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것이다.따라서 이들 3개 사건 모두는 북한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살해, 고문, 또는 생명에 위협을 주장한 피해자가 모두 미국인들이지만 북한이 납치, 고문,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김 목사는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다.
단, 북한이 김 목사를 상대로 한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김 목사의 가족이 미국인이기에 이번 소송이 미국 법원에 제기된 것이며 법원이 이 소송을 어떻게 판결함에 따라 북한을 상대로 한 손배소 제기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북한은 이미 한국전쟁 이후 일본인과 한국인들을 납북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바 있고 한국 정부의 공식 집계만 해도 납북된 한국인이 500명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김 목사 납치 사건 소송 결과는 북한의 납치 대상자의 국적 여부를 떠나 그들의 미국 시민권자 가족이 북한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손배소를 제기하는 문을 활짝 열어 주는 판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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