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남편과 어린아들 두고 중증장애 딸과 함께 추방명령
최유정씨, 청천벽력 소식에 “앞날 막막”
8년전 이민사기로 인한 거부기록이 문제
영주권 사기를 당해 중증복합장애를 앓는 딸과 함께 최근 추방명령을 받은 한인여성이 가족과 생이별할 처지에 놓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주 전 추방명령 통보를 받고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다’는 최유정씨는 인지능력도 없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중증 복합장애인인 둘째 딸 하영(11)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24시간이 부족한 평범한 엄마였다. 함께 추방명령을 받은 고교 11학년생 첫째 딸 하은(16)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 최고 교육학술지 발행기관인 ‘하버드 에듀케이셔널 리뷰’가 실시한 에세이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올 여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될 특집호 발간 소식만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두 딸과 함께 추방위기에 놓인 최씨의 불행은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감지됐다. 취업비자를 신청한지 6년 만에 남편은 영주권을 받았지만 함께 신청했던 최씨와 두 딸만 기각됐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이민초기인 2001년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한인 이민브로커가 수수료만 챙기고는 이민국에 제대로 서류를 접수하지 않아 당시 영주권 발급이 1차 거부됐던 기록이 문제가 됐음을 알게 됐다.
장애인 딸이 살아가기에는 한국의 환경이 너무 비참해 우선 두 딸을 데리고 2001년 먼저 미국에 관광비자로 들어왔던 최씨는 영주권을 받게 해준다며 소개받은 한인 이민브로커에게 서류를 맡겼지만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수만 달러의 수수료만 날리고 말았다.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뒤이어 입국한 남편이 다행히 취업한 기업의 스폰서로 취업비자를 받아 곧바로 가족이 모두 영주권을 신청하면서 지금까지 오매불망 영주권 발급소식만 기다려왔던 것.
영주권 기각 소식에 이어 상상도 못했던 추방명령까지 받은 최씨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1년여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가진 것은 없지만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온 덕분에 막내아들까지 귀한 생명을 선물로 얻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5세의 어린 나이인데다 혼자 벌어 온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는 남편마저 몇 년 전 갑작스런 심장수술로 평생 심장 박동기 없인 살 수 없는 상태여서 남편과 어린 아들을 남겨둔 채 한국으로 쫓겨 갈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 가더라도 24시간 보호자가 붙어있어야 하는 둘째 딸 때문에 돈벌이도 불가능해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
최씨는 23일 “가족이 생이별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특히 중증복합장애를 앓는 딸은 비행기를 장시간 타면 자칫 사망할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까지 받은 상태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최씨는 “당시 케이스를 맡겼다가 나처럼 낭패를 본 주변인들만 벌써 여러 명”이라며 이런
사연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한 일이지만 더 이상 나와 두 딸과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냈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최씨와 두 딸은 현재 추방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민전문 변호사를 고용하는 일도 현재 가정형편으로는 만만치 않은 일이어서 애꿎은 속만 까맣게 태우
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영주권 사기 피해를 당한 뒤 연방이민국에 괘씸죄로 걸려 영주권 발급을 기각당한 3명의 한인 모녀가 추방위기에 놓였다. 이봉창(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유정 부부와 하은양이 중증복합장애를 앓는 하영양을 안고 막막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왼쪽 아래는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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