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뉴저지 통신(서영민 통신원)
한인 커뮤니티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가끔 기인들을 접하게 된다. 한국 아니 전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이들을 저자 거리에서 마주치는 행복은 뉴욕이 아니면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만난 성악가 이수영씨도 이런 특이한 인물들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한국에서 이화여대 성악과 출신의 이수영씨는 현재 Henderson Christian Seminary에서 목회 상담(Pastoral Counselling) 전공자로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 가을에는 박사과정을 시작한다고 한다. 동시에 9월부터는 몽클레어 주립대학에서 음악 치료(Music Therapy) 석사 과정을 시작할 만큼 열렬한 학구파이다. 음악인으로 활동을 열정적으로 계속하고 있는 그는 지난 4월 카네기 예술 센터 웨일 리사이틀 홀에서 50년 전통의 유명한 미국 합창단 Staint Cecilia Chorus의 일원으로 발표회도 가진 바 있다. 또 2006년 4월 맨해튼 머킨 홀에서 우륵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도 협연을 하였었다.
성악가로서는 특이하게 모든 악기에도 능통실력이 출중한 이수영씨는 현재 필그림 장로교회 음악학교 소속 나눔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를 연주하고 있고 뉴저지 파시파니에 위치한 복음 장로교회에서는 피아노 반주자로 봉사도 하고 있다. 흔히 이렇게 다재다능하고 활동적인 예술가가 왜 힘든 공부에 바쁜 일정을 쪼개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수영씨는 “음악은 단순히 즐기는 도구가 아니다”고 대답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타인을 압도하는 장식품이 아니고 어렵고 고통을 받는 이들과 나누라는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것이다. 특히 무대 위에서 느끼는 극상의 환열을 매일 매일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상담학과 음악 치료학을 동시에 병행, 전공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의 미래 꿈은 ‘마음이 병든 이들을 음악으로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상담가’라는 것이다. 현대의 모든 이들이 정신병의 수준은 아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태어난 본성에서 어긋나 조금씩 이상한 방향으로 마음이 비뚤어지고 있다는 것. 이를 소리, 그것도 아름다운 선율로 정지작업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공부에 매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두 자녀의 어머니로 아이들 뒷바라지, 이에 더해 지인의 사무실에서 사무도 보고 있으며 중부 뉴저지, 리빙스턴 지역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 플롯, 성악 레슨을 하고 있다는 이수영씨의 일정을 듣다 보니 첫 번째 의문은 도대체 언제 성악가로 연습을 할 수 있는 가였다.
그녀의 비법은 아이들과 이웃이 잠든 한밤에 전자 피아노 볼륨을 낮추고 스스로 반주를 하면서 자신의음악을 녹음한다고 한다. 그리고 바쁜 일정으로 이곳저곳 움직일 때 차 안에서 발성과 호흡, 그리고 음악을 연습한다며 “지나가는 차에서 바라보면 아마도 자기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
거예요”라며 환하게 웃는다.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학교 음악 교사였던 부친에게서 각종 악기를 친히 전수 받았으며 맨하탄 음대 출신의 언니는 현재 한국 모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인 형부와 언
니의 협연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의 희로애락을 모두 접을 수 있다며 본인도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맹진을 하고 있다 한다. 일주일 하루하루가 짧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일정에도 그는 주말 강의 발표 준비를 하기 위해 금요일에는 밤을 세야 한단다.
예술인으로서 무대 위에 서서 스팟 라이트를 받는 순간이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이기도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못한 대중에게 음악의 힘을 전달하고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사명에 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이수영씨. 스스로를 ‘대중적인 음악 행사 요원’으로 불러달라며 웃어 보이는 그녀의 맑은 웃음이 인생을 관조하며 타인을 위해 살겠다는 굳은 결의의 표현으로 보였다.
“우리 큰 애가 가장 엄격한 비평가에요. 그 애는 내가 출연하는 음악회마다 항상 따라 다니는데 어느 구절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관객의반응이 어떠했는지 컨서트가 끝나고 나면 저와 리뷰를 꼭 하지요. 그런데 그 애조차도 클래식 성악 보다 대중적인 노래가 좋다고 합니다. 바이브레이션이 심한 서양의 오페라 아리아 보다는 듣기 편한 현대 가곡이 좋다고 하네요.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품격 높다고 표현하는 서양의 오페라나 클래식도 당시에는 대중음악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현세를 살고 있는 성악가면 과거의 음악을 답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여기’에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수영씨는 음악이 멀게만 느껴지는 일반인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조금씩 즐기는 것이 정신 치유의 첫 걸음임을 강조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 그것을 통해서 행복하다는 것. 현대인들이 잊고 지내는 가장 원초적인 ‘만족’인데 음악을 통해 이를 돕는 위대하지만 평범한 진리를 되찾아주는 음악심리치료사로 한 발 한 발 다져가는 성악가 이수영씨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통신원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한 이수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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