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서 셀폰 벨소리
줄 설땐 너무 바짝 불쾌
한인사회의 공연문화가 활발해지면서 케네디센터 등 유명 공연장을 찾을 기회도 부쩍 늘었다. 가끔씩 좋은 콘서트를 관람하며 이민생활의 피곤함을 달래는 김 모씨는 그러나 한인들이 많이 몰릴 만한 공연은 부담이 된다. 연주가 조용히 흐르고 있는 가운데 느닷없이 요란한 벨소리가 울려나는 경우 영락없이 한인인 경우가 많아서 괜히 자신이 먼저 낯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재빨리 셀폰을 꺼버리면 그나마 나을텐데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나 지금 공연장이야. 이따 전화할께”하고 대답까지 하면 속수무책이다.
김씨의 긴장은 그러나 전화 기습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주에 몰입돼 있던 상황에서 김씨의 환상을 깨는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꼭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것 역시 한인일 확률은 적지 않다. 안내원이 재빨리 달려가 카메라를 접수할 때 차마 얼굴을 그쪽으로 돌릴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한인 이민사회가 고쳐야할 것 가운데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은 상위에 속한다. 전혀 몸에 배어 있지 않은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이 공공장소에서 셀폰 통화를 한다거나 운전을 할 때 ‘양보’라는 개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옆 차량이 차선을 변경해 들어오려 하면 오히려 자신은 속도를 내고 정작 자신이 차선을 바꿀 때는 신호도 없이 여유 만만이다.
마켓이나 엘리베이터, 식당 등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는 예절 또한 한인들은 낙제 수준일 때가 많다. 지나가는 사람과 몸을 부딪치고도 미안하다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설 때 앞사람 뒤에 바짝 붙어 불쾌한 입김을 불어댄다.
한인 여성 최 모씨는 “한인 남자들이 너무 바짝 뒤에 서있을 때는 이 사람이 고의로 그러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며 한인 남성들의 행태를 질타했다.
센터빌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10대 남자 아이 둘을 교육하기 위해 몇 번이나 인상을 써야 했다. 아직 어린 탓인지, 아니면 무신경했던 부모에게 배운 탓인지 공공장소를 드나들 때마다 뒷사람을 배려해 문을 잡아주는 습관이 전혀 없는 아이들을 보며 창피한 생각이 들더라는 것. 신경을 쓴 탓에 아이들이 조금 나아졌다는 그는 “아이들에게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고 미국식 예절에 대한 재교육을 하지 않으면 미국인들에게 2류 시민이란 낙인이 찍힐 것 같다”며 “주류사회 진출은 이런 작지만 소중한 문화와 예절부터 익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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