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의 사회적 삶은 소외된 자, 버림받은 역사를 보살피는 길 위에 있었다. ‘정신대’와 ‘독도’. 그 치욕과 왜곡의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싸움의 전위에 그가 있었다. 최정범(48·사진)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장, 독도수호특별위원회 위원장.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 버거울 정도로 무겁고 가치 있는 책무를 그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전문적’으로 접근했다는 평이다. 그 두 가지 주제 중 하나인 정신대대책위 회장직의 2년 임기를 끝내고 물러나는 최 회장을 만나 이임의 소회와 단체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사회봉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2008년 정신대 대책위를 맡아 2년간 활동했다. 쉽지 않았을 터인데 어떤 마음을 갖고 일을 시작했나.
두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여성들이 억울하게 당한 피해를 지나칠 수 없었다. 정신대 문제는 여성의 인권, 나아가 힘 있는 자들의 횡포에 당하는 약자의 문제이며 제국주의 침략을 겪은 조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처음 약자를 돕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내 자신의 한계와 함께 우리의 한계와 직면하기도 했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
-미 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HR 121) 통과 이후 정신대대책위 활동이 좌표를 상실했을 수도 있었는데.
HR 121 통과로 종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미 하원에서의 결의는 역사적, 상징적 의미일 뿐이지 실제적 성과와 결부되지 않는다. 그래서 종군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와 보상 없이는 접을 수 없는 과제다. 진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HR 121 통과란 큰 성취에 가려 그 후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아 보인다. 어떤 사업을 했나.
HR 121 통과 2주년 기념 컨퍼런스를 세계의 종군위안부 피해여성들 및 미 의원들과 함께 했다. 하원의 애니 팔레오마베가 동아태 소위원장과 한국의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처인 나눔의 집을 방문했으며 일본을 찾아 정신대 피해를 일본 국민들에 알렸다. 또 미 대학에서 정신대를 고발하고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전시회 등을 여섯 차례 개최했다.
-앞서 말한 ‘우리의 한계’란 인적, 물적 한계란 의미하는 것인가.
한인사회의 인적자원은 한정돼 있다. 우리가 가진 에너지와 역량을 잘 배합하고 결집시켜야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식인은 지식인대로, 재정적 능력을 가진 분은 재정으로 사회에 헌신하고 기독교인들은 신앙인이란 입장으로 도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각자가 가진 능력을 살리지 못하고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고 있다. 아직 우리는 이런 점에서 ‘연습 부족’ 상태인 것 같다.
-아직 한인사회는 제 갈 길만 가고 있다.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와 봉사정신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내 것이라고 움켜지고 있다 해도 그게 내 것은 아니다. 내 자신이 평화롭다고 해도 그건 진짜 평화가 아니다. 내 주위도 잘 돼야 그게 평화라 생각한다. 이민의 연륜이나 한인사회의 역사나 이제 우리 주위의 핍박받는 이들을 돌아다볼 여유가 생길 때가 됐다.
-사회 활동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지나치게 많은 단체에 관여하거나 자신과 조직의 이해관계를 좇는다는 비판의 소리도 많다.
사회봉사단체는 정치적 목적이나 개인의 이해관계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 그런데 일부 활동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단체를 자신의 명예나 생계수단화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가진 것 없고 아는 것 없는 분들이나 피해자들과 같은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 하는데 말과 현실이 다른 안타까움이 있다.
-정신대 대책위가 앞으로 어떤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고 보나.
결국은 교육이다. 전쟁과 참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는 교육을 통해서만 역사적 사실과 교훈이 학습된다.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야 한다. 그래서 사진 전시회나 세미나, 국제기구와의 연대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