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통신사에 끊김없는 스트리밍 N스크린 서비스
삼성.LG, 스토리지 기반 N스크린 전략 완성
<사진 : CES서 시연된 시스코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비디오 스케이프>
지난 6∼9일(현지시간)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11’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시안 호텔 34층 스위트룸.
소파에 앉아 TV로 미국 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다가 아이패드로 경기를 이어봤다. 그리곤 다시 스마트폰으로 같은 경기를 이어 볼 수 있었다. 전혀 끊김이 없었다.
그리곤 경기장에 친구가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올린 응원석 영상을 TV에서 클릭해 응원 열기를 만끽했다. 경기에서 활약을 펼친 보스턴의 주전 포워드 폴 피어스의 활약상을 담은 하이라이트도 페이스북에 올라와 경기 중간 TV로 만끽했다. 기간 통신은 와이파이로 가능했다.
시스코가 CES에서 자신있게 내놓은 ‘비디오 스케이프’를 시연한 상황이다. 한 장소에서 시연된 것이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원거리로 이동해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참가 기업 부스가 마련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가 아닌 이 호텔에 마련된 시스코 부스는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다른 기업의 부스와 달리 사전 예약이 아니면 방문 자체가 불가능했다.
10만명을 훌쩍 넘는 CES 참가자 중 시스코 부스 방문자는 기업 임직원을 위주로 한 수백명에 불과했다.
가전 및 IT 제품 경연장으로 소문난 잔치’인 CES의 한켠에서 N스크린 및 스마트TV 주도권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총성이 조용하게 울린 것이다.
비디오 스케이프는 앞선 시연처럼 스트리밍 영상을 스마트TV와 태블릿 및 PC, 스마트폰으로 번갈아 가면서 보더라도 끊김없이 이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 같은 N스크린 기능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광고를 통한 홈쇼핑 서비스 등을 갖춰 사실상 스마트TV 서비스를 구현했다.
스트리밍 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들도 디바이스가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해 놓은 뒤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조사들의 N스크린 기능에서는 스트리밍 영상을 끊김 없이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홈 서버나 PC 등 스토리지에 저장된 정보만 스크린에 구애받지 않고 이어볼 수 있다.
시스코 관계자는 "저장된 영상은 기존에 가능했지만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를 N스크린으로 구현한 세계 최초 기술로, 기존 N스크린 방식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디오 스크린 통신사 IPTV 속으로 들어갈까 = 시스코가 비디오 스케이프의 최대 고객으로 여기는 업체는 통신사다. 스마트TV 서비스를 하려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일만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TV 서비스에서 통신사의 경쟁자는 구글 및 애플뿐만 아니라 독자 플랫폼으로 스마트TV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이다.
시스코 관계자는 "통신사가 비디오 스케이프를 채택하면 자체 기술로 플랫폼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N스크린의 걸림돌인 서로 다른 운영체제와 동영상 코덱 문제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해결된 것을 시스코는 내세우고 있다.
어떤 운영체제든, 어떤 제조사가 생산하든, 어떤 코덱 기술을 탑재했든 지에 관계없이 클라우드 서비스 내에서 해결해 끊김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IPTV 서비스를 하는 국내 통신사뿐만 아니라 케이블 TV를 디지털TV화 하려는 케이블 업계로서도 구미가 당길만한 기술이다. 실제 시스코 부스에는 국내 굴지의 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고위 임원진이 방문한 게 눈에 띄었다.
통신사의 수익 모델도 시스코는 자신한다. 통신사는 가입비에다가 광고와 홈쇼핑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시스코 측은 설명했다. 이미 시스코는 통신사들과 비디오 스카이프 도입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 CES에 전시된 LG전자의 저장장치 및 N스크린 개념도>
◇삼성.LG, 홈서버 기반 N스크린 자신 = 통신사와 연합하려는 시스코의 N스크린 전략이 CES에서 소개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스에서는 진일보된 N스크린 전략이 공개됐다.
컨벤션 센터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스에는 스마트 및 3D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제품에 밀려 마케팅이 되지 않았지만, N스크린 서비스는 부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들 업체의 N스크린 전략은 각종 콘텐츠가 저장된 홈 서버를 매개체로 무선으로 스마트TV와 PC, 스마트폰을 연결해 콘텐츠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에 탑재한 기술인 DLNA 기반의 올 쉐어 기능을 올해 상당히 진전시켰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과 PC 간에 저장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스마트TV, 태블릿 및 노트북, 스마트폰 간에 가능하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보유한 DLNA 기술이 현재 스마트TV와 PC 간 공유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미디어링크라는 자체 기술을 통해 3개 디바이스 간에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CES에서 내놓았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자신의 아이폰으로 서울에 있는 맥북에서 영화를 가져와 보다가 스마트TV로 이어 보는 시연을 했다. OS와 제조사가 각각 다르더라도 N스크린이 가능한 기술을 보여준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N스크린 전략의 매개체가 되는 홈 서버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 NAS, 블루레이 등 저장장치다. 이들 장치가 각 사의 부스에서 N스크린의 첨병으로 소개된 것은 물론이다.
스마트폰이나 PC도 당연히 저장공간이 될 수 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점점 이 같은 기기에서 저장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용량의 콘텐츠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 업체의 판단이다.
LG전자는 NAS에 대해 은근한 기대를 걸고 있다. LG전자가 독일 도이치텔레콤에 NAS를 납품하기로 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도이치텔레콤은 디지털TV 가입자들에게 NAS를 무료로 배포한 뒤 매달 임대료를 받는 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LG전자가 NAS 등 홈 서버 장치를 통신사를 통해 유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이 경우 디지털TV의 통신사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TV 독자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LG전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닐 수 있다.
한 글로벌 제조사 관계자는 "통신사 임대형 모델보다는 소비자가 스마트TV와 홈 서버 장치를 직접 구입한 뒤 제조사의 스마트TV 플랫폼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형태가 글로벌 제조사의 현재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 플랫폼을 대세로 굳히면서 고부가가치의 스마트TV의 판매를 활성화하는 데 유리한 전략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기한 게 아니다. 우선 홈 네트워킹을 내세우고 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제조사 입장에서 하나의 서비스 모델에 집중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글로벌 제조사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눈으로 보이는 활동과 데이터센터가 없지만, 아마존 등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활용하는 전략 등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은 CES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전자산업의 스마트화, 모바일화, 그리고 클라우드화와 이에 따른 사업의 재편은 삼성전자의 핵심역량들을 발휘할 수 있는 도약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스코와 제조사의 기술이 소개됐지만, 클라우드 전쟁터에는 이미 강력한 글로벌 기업이 진을 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구글과 데이터센터 완공을 앞두고 있는 애플은 클라우드 전쟁터에서 가장 유력한 진영임은 확실하다. 이들 기업의 스트리밍 서비스 전략은 이미 기업 인수합병과 준비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사실상 공개됐다.
N스크린 전략을 가장 먼저 추구하기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CES에서 N스크린 기술을 자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 제조사, 구글 및 애플 간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주도권 쟁탈전이 올해부터 수면위로 드러날 것"이라며 "이 같은 주도권의 향배는 글로벌 IT 생태계의 주도권 향배와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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