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나 큰 부상을 당해 피범벅이 된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경험이 단순한 거북스러움을 넘어 심각한 생리학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런던 정신의학연구소(IPL)의 아이작 마크 박사는 말한다.
그가 수행한 정의적 연구(definitive study) 결과 어린이 중 최대 30% 정도가 피를 보고 커다란 두려움을 느꼈는데, 어른이 되서도 이 증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사람들은 헌혈을 하는 도중에도 자신의 피를 보고 기절을 하는 등 정상적인 성인들과 달리 피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이작 박사에 따르면 이처럼 다량의 피를 보면 정신을 잃고 기절하는 현상은 공포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진화론적 반사증상인 ‘과잉 혈관미주신경 반(OVR;overactive vasovagal response)’이 그 원인이다.
이 OVR이 발동되면 가장 먼저 심장박동을 늦춰 혈압을 떨어뜨림으로서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하는데, 이 경우 두뇌로 공급되는 혈액에도 충분한 산소가 함유돼 있지 않아 머리가 멍해지면서 의식을 잃게 된다.
사실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포식자가 출현해 죽은 척을 해야만 할 때 아주 유용한 생존 메커니즘이다. 피를 흘리는 당사자가 자기 자신일 경우에도 OVR로 초래된 낮은 혈압은 과다출혈 방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OVR을 극복할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자신의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두려움을 극복한 환자들은 의사들의 의학적 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으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의식이 깨어있는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되는 응급환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상황에서 OVR은 성가시고 귀찮은 과민반응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OVR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을까.
뉴욕에 있는 웨일 코넬 메디컬센터의 정신과 의사인 앨런 마네비츠 박사는 평상시에 피에 관해 많이 생각하거나 영화, TV 등을 통해 피를 자주 접해보는 것이 좋다고 권유한다.
특정 사물에 대한 공포심 극복에는 그 사물을 자주 접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매일같이 피 흘리는 환자들과 맞닥뜨려야 하는 외과 의사들이 피를 봐도 아무렇지 않은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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