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즐기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그냥 막연한 좋은 느낌만으로는 무언가 답답하다고 하시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마치 불란서 영화를 보면 무언가 멋있기는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면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인 것 같습니다. 외국어의 단어와 문법을 좀 배우면 조금씩 귀가 뜨이는 것처럼, 미술도 기본적인 단어와 문법을 조금씩 익혀나가면 눈이 조금씩 뜨이는 것을 경험하시게 됩니다. 예술의 한 분야로서의 미술은 전문가나 특정 소수 그룹의 대상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소원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자리를 통해 세계의 좋은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미술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익히며 미술의 세계와 좀 더 친숙해지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작품을 감상할 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역사적인 시대별로, 장르별로, 혹은 소재별로도 감상할 수 있는데, 그 중 앞으로 몇 주 동안은 미술의 기본 단어가 되는 명암의 대조와 비교를 통해서 작품에 표현되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하고자 작품은 17세기의 네덜란드 화가인 렘브란트의 작품입니다. 그의 명성이 세계적인 만큼 세계의 어느 뮤지엄에 가도 그의 작품은 다 보실 수 있으므로 렘브란트의 작품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그림은“목발의 거지 (Beggar with a wooden leg)”라고 하는 에칭(Etching) 입니다. 에칭은 판화의 한 종류로서 색에 좀더 중점을 두는 페인팅과는 달리, 드로잉과 같이 선에 좀 더 비중을 두고 하는 작품입니다.
렘브란트는 드로잉뿐만 아니라 그의 페인팅에도 많은 색은 쓰지 않았지만, 명암의 극적인 대조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많은 감동을 줍니다. “목발의 거지 (Beggar with a wooden leg)”란 제목에서 느끼시는 것처럼 , 그다지 아름다움과는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소재를 사용하여, 명암을 통한 매스터의 예술성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볼 때 오른쪽 상체와 팔 부분 그리고 얼굴과 왼쪽의 상체의 대조는 아주 극적입니다. 즉, 머리로 시작해서 어깨, 가슴 그리고 왼쪽 팔과 오른쪽 팔의 밑부분, 그리고 다리로 연결이 되면서 마지막으로는 땅의 그림자까지, 이렇게 하나로 연결되는 어두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굴의 턱 부분에 아주 약간 남은 밝은 부분과 오른쪽 어깨, 팔, 일부분의 다리, 서 있는 땅, 그리고 나머지 여백의 부분 전부를 밝은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이 렘브란트는 소재를 밝음과 어두움이라는 큰 두 가지의 그룹으로 분명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고통을 겪어 왔음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촘촘히 채워진 해칭라인 (Hatching Lines: 어두운 부분을 표현할 때 쓰는 평행으로 긋는 많은 선)과 그와는 대조적으로 깊은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선이 없이 비어 있는 넓은 여백을 통해서, 이 거지의 생애가 꼭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것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삶의 상태, 정신적인 평화, 그리고 고통의 승화도 함께 예리하게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 전반에 있는 51퍼센트의 밝음과 49퍼센트의 어두움이라는 놀라운 명암의 분배를 통해서, 렘브란트는 단지 명암이 밝고 어두움의 차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물질과 정신, 고통과 평안 그리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은 세계, 그 이상까지도 표현해 줄 수 있는 그러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일상의 소재들 속에서 렘브란트에게서 배운 이 어두움과 밝음의 조화로운 배분율 생각하면서 매일 매일 많은 아름다움과 감동을 창조해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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