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고,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들이 참으로 빈번합니다. 세상이 많이 변하다 보니 어떤 때는 우리 젊은이들을 쳐다보다가, 황당하기도 하고 민망스럽기도 해서 내 스스로가 눈을 돌려야 할 경우도 있고 또는 어린 아이들의 질문이나 대답에어이가 없어 머리가 뻥 해질 때도 있습니다. 또는 누구와 말다툼이라도 하다가 화가 나고 어처구니가 없어지면 휙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을 때도 분명 있었습니다.
나 자신을 둘러보자면 나이 타령하자니 자신이 서글퍼지기도 하고, 듣는 사람도 지겨울 것이라 생각이 들다가도 순간을 피할 수가 없어 어른답지 못하게 어처구니없는 고집을 부릴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젊은이들 틈에 끼어들어 말참견하며 같이 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순식간에 밑천이 들어날 것이 뻔함을 알면서도 아우성을 치고 있는 나를 보며 내 자신이 어이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젊은이들을 어처구니 없어하는 것이나 젊은이들이 노인네들을 어처구니 없어하는 것이나 다 피장파장입니다.
젊은이들과 앉았다가 요즘 handbag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나란 사람은 옷 보다는 액세서리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그중 특히 핸드백은 진열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번쯤은 둘러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유별난 취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handbag 값이 비싸 진 것에 이해가 안 간다고 넌지시 내 심사를 들어내 보였습니다. 나라는 여자에게 허용되었던 한 가지의 사치품목 가격이 왜 그리 치솟았는지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분풀이였습니다. 아무리 노인네가 되어 세상물정에 둔감 해지고 세상을 포기해 버릴 나이가 됐다고 하더라도 세상에 유행병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에 아주 무관심할 나이는 아직 아닌 것 같아 한마디 던져 보았습니다. 옷도, 갈비짝도 아닌 핸드백 값이 어이없는 고가로 유행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이 그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허나 이것도 나의 생각일 뿐 다른 사람이 들으면 나를 어처구니없는 노인네라 하겠지요.
타향에서 남들 말로 사느라고 얼마나 어려움도 많았는지요! 그러다 보니 남의 말도 내 말도 잘 못하는 말 병신이 된 느낌이니 그 부분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에 새로운 유행어들은, 듣자면 정말 황당하고 이해도 아니 됩니다. 어처구니가 없어 그냥 웃다가도 쫒아하고 있는 나를 보니 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여기에서 살며 이럭저럭 소통은 됐지만 Joke 나 Comedy 부분에 가서 함께 박장대소를 할 수 없었던 것도 아마 나에게 어처구니라는 것이 없어도 한참 없었던가? 봅니다.
실은 오늘 재미있는 옛 말 하나를 배웠습니다.
“여러분 ”어처구니“를 아십니까?”
(어원까지 말하자면 좀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옛날 맷돌! 지금은 깡촌 시골이나 아니면 골동품을 모셔 놓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그 운치 있는 맷돌, 우리 어머님할머님 시절에 효자노릇을 하던 맷돌, 고것이 없었으면 빈대떡콩국 맛을 알았을까요? 그런데 그 맷돌에 거시기(손잡이)가 없으면 맷돌이 맷돌 구실을 못 하겠지요? 나무로 깎아 딱 들어맞도록 끼어 맷돌을 돌려주는 손잡이, 바로 그 효자손을 일컬어 ‘어처구니’라 불렀다 합니다. 참 어처구니없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리 말이 많아졌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은 그저 돌덩어리일 뿐이라!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치의 맷손(거시기) 때문에 지금 나도 말장난을 한참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요즘 나를 거슬리게 했던 젊은이들의 장소를 가리지 않는 애정 행위, 혹은 어린아이들의 당돌한 태도 또는 질문과 대답, 어이없이 치솟는 물가, Black Friday 에( 추수감사절 다음 날로, 일 년 중 가장 큰 shopping 날) 물건을 싸게 사겠다고 밤새 줄서서 기다렸다가 백화점으로 밀려들어가는 아비규환의 어처구니없는 현장 또는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건강히 즐겁게 남은 생을 불태우겠다는 열정, 이런 모든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꼽았던 일들은 꼭 있어야만 했습니다. 이 어처구니라는 것이 없으면 맷돌이 안 돌아간다니 우리주위에 “어처구니”는 필수라는 결론입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우리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그리 아우성치며 살았나 봅니다.
그렇다면 어처구니없는 노인네일지라도 맷돌에 어처구니가 제 구실을 하듯 나도 내 구실을 할 어처구니를 만들어가며 사는 것이 도리일상 싶습니다. 노인네가 어처구니가 빠져 버린 맷돌이 되어 박물관에도 들어 앉아 있을 수 없으면 쓸모없는 고물로 쓰레기통에나 내던져질 것이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원고 제 44호 2011년 12월 10일
정남순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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