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시즌을 맞아 여시저기서 캐롤이 들린다. “오, 베들레헴 작은 골…평화의 왕이 탄생하셨도다” “참 반가운 신도여…베들레헴 성내에 가봅시다…엎드려 절하세 구세주 났네…”베들레헴(‘떡집’이라는 뜻)은 예수가 2,000여년 전 태어난 이스라엘의 산골마을이다. 지금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여서 옛날 세 명의 동방박사들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단다.최근 성지순례 여행을 다녀온 한 친지로부터 베들레헴에서 예수의 고향인 나사렛까지 9마일 정도라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나의 출근거리보다 조금 길다. 자동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예수의 (세상적)부모인 요셉과 마리아는 조상 다윗의 본적지인 베들레헴에 찾아가 ‘주민등록’을 하기 위해 9마일 길을 걸어가는데 거의 일주일이나 걸렸다.그래서 고대 이스라엘의 9마일은 현대 미국사회의 80마일에 해당한다고 말하는 성경학자도 있다. 더구나 마리아가 만삭이었으므로 무리하지 않았을 것(나귀를 탔어도)이란다. 당시 다윗의 다른 후손들도 모두 베들레헴에 몰려왔기 때문에 요셉부부가 도착했을 때는 모텔이 모두 ‘노 베이컨시(만원사례)’였다. 마리아는 결국 남의 집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았다.예수탄생 2,000여년 후에 거리개념이 9배 단축된 셈이다. 요셉이 베들레헴까지 10분만에 갈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아기 예수를 죽이려는 포악한 헤롯왕을 피해 아들 탄생 직후 이웃나라 이집트로 이민을 떠났는데, 아마도 한달 이상 걸렸을 것 같다. 우리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이민 오는데도 10시간밖에 안 걸렸다.청년예수가 누비며 복음을 전파한 유대나라는 강원도만큼 작았다. 샌들을 신고 나다닐 정도였다. 그가 풍랑을 꾸짖어 잠잠케 하고, 물위를 맨땅처럼 걸으며, 제자들에게 만선 어획을 이뤄주는 등 기적을 행한 갈릴리 ‘바다’도 길이가 레이크 워싱턴의 절반정도에 불과한 호수이다. 그가 세례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은 요단강은 개천이라고 해야 더 어울린다.요즘 안목으로는 예수의 목회활동 무대였던 예루살렘과 갈릴리 지역이 손바닥만 하지만 그 좁은 공간에서, 더구나 2,000여년 전에 일어난 일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이채롭다. 당시에도 1%와 99%가 대립했다. 권력에 아부하는 자들과 기득권자들이 판쳤다. 위선가 정치인도, 냉혈 세리도, 가짜 목사도, 강도도, 창녀도 있었다.경이롭게도 그 까마득한 옛날 예수의 행적이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등 4복음서에 고스란히 기록돼 남아 있지만 그 무렵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을 막 창건한 우리 조상들의 기록은 전무하다. 약 1,200년 후 고려 때 나온 삼국사기(김부식)와 삼국유사(일연)의 기록도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고주몽)이 알에서 나왔다는 등 신화수준이다.예수가 십자가 처형 뒤 사흘 만에 부활한 것도 조작된 신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무신론자들도 인류역사를 통틀어 정치? 사회? 종교?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 예수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신학자들은 기독교사상의 근간인 예수부활이 신화라면 그가 역사에 끼친 그 엄청난 영향도 신화로 치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미국이 세계최고의 강대부국이 된 저변엔 청교도의 기독교사상이 깔려 있다. ‘만악의 근원인’ 돈에까지도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선포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선 경제와 함께 기독교가 무서운 기세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 ‘삯꾼’ 목사들의 비리 때문에 ‘개독교’로 매도되기도 하지만 한국은 해외에 무려 2만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왕국’이기도 하다.내일은 예수탄생을 기리는 크리스마스다(실제 탄생일은 아니다). 그는 공인으로 고작 3년간 활동했지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그의 가르침은 2,000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황폐한 인간사회를 적셔주는 단비가 되고 있다.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 운동에 동참하는 온정의 손길들이 그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 이 가르침 하나만으로도 그는 지구촌 주민의 축제인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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