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버리면 못할 일이 없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일을 끝맺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나 이루려거든 과감히 생명을 버려 보십시오”하고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나는 항상 나약한 몸에 음식도 마음대로 못 먹고 가려먹어야 하는 생활의 연속 속에서 세계여행을 마칠 때까지 해왔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중에 생각하기를 “현생(現生)에 있어서 승려란 허울만 쓰고 있을 것이 아니라 죽음을 담보로 하여 선(禪)을 하든 기도(祈禱)를 하든 경(經)을 읽든 힘을 얻어야 한다”는 일념에 차있었다.
이때 마치 나의 도반(道伴) 법철스님이 계시는 곳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내가 원(願)이 하나 있는데 진짜 21일간만 인적(人跡)이 끊긴 곳에서 기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내가 도와줄 테니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여 법철스님이 사는 위 빈집을 깨끗이 수리하고 화엄성중(華嚴聖衆)을 1000번 붓글씨로 써서 붙이고 화엄토굴(華嚴土窟)이라 이름을 짓고 삼칠일간(三七日)간 절대 기도가 끝나기 전엔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란 각오로 용맹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를 시작하기 전 삼칠일(三七日)동안 쓸 초와 향과 먹을 쌀과 간장 그리고 소금만 가져다 놓고 하루 세 번 밥을 지어 불보살님께 올리며 잠을 자지 않고 기도정진 했으며 절대 사람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물도 한밤중에 한번만 나가 떠왔던 것이다.
기도하면서 발원(發願)하기를 “제가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라면 하루라도 빨리 이 생명을 거두어 다음 생을 기약하게 하여주시고 만일에 이 몸이 이 세상에 아직 필요하고 쓸모 있는 존재라면 하루빨리 가피력(加被力)을 내리시어 거듭날 수 있도록 어떠한 음식이라도 소화되게 하여 건강한 몸이 될 수 있도록 하옵소서” 하면서 밤낮으로 쉬지 않고 기도하였다.
3일이 지나니 정신과 몸이 허공에 높이 뜬것 같으면서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데가 없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지만, 한번 마음먹은 일이니 끝까지 하리라하고 계속 기도 정진하니 4일이 지나면서 평정을 찾아 무념무상(無念無想)속에 지나다가 7일이 넘으니 정진이 그렇게 잘될 수가 없었으며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신선세계(神仙世界)에 드나들 듯 21일간을 무사히 마쳤는데 그때 본 그 경지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다.
아무튼 죽음을 걸고 기도한 덕분에 그런지 몰라도 그 동안 까다롭게 가려먹던 음식도 많이 개선되었으며 이후로는 누구에게 밥을 얻어먹어도 떳떳한 마음이 생겨 한결 편안해 졌다. 기도를 회향(廻向)한 후 법철스님께 지금의 법당자리가 제대로 앉은 것이 아니고 그 윗자리인데 왜 그랬냐고 이야기하니 그 이야기는 120세 드신 탄공 큰스님께서 법당 짓기 전에 오셔서 둘러보시고 지금 법장스님이 이야기한 그곳에 지으라고 하셨는데 그 자리에 짓게되면 건축비가 너무 많이 들겠기에 하는 수없이 지금의 자리에 짓게 되었노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 자나깨나 별의별 상이 다 보였지만 모든 것을 무시하고 오직 화두(話頭) 정진하는 자세로 살아간다. 무슨 정진이든 간에 정진하다가 무엇이 좀 비친다해서 거기에 맛을 들여 그곳에 안주(安住)한다거나 아만(我慢)이 생기면 그대로 사도(邪道)에 빠지기 쉬우므로 너나없이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내가 먹었던 음식이란 쌀과 간장 그리고 소금만 먹으면서 정진한 관계로 그런지 엄지손톱에 굴곡이 생기고 죽어 다시 정상회복 되는데 6개월이나 걸린 기억이 난다. 무엇이든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거든 한번 생명을 버리고 기도해 보시라. 불 보살님의 가피력으로 기필코 이루어질 것이다.
Jan 25. 2012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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