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붙들려간 조선 도공의 후손 심수관 옹이 초등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 왔을 때의 일이다. 하루 종일 아들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던 아버지가 아들을 보자 말자 작업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물레위에 고령토 진흙 한 덩어리를 올려놓고 중심에 바늘 하나를 꾹- 꽂았다.
물레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어린 아들에게 물었다. “이것을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 “돌아가는 물레의 중심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바늘이 보입니다.” “그래 잘 보았다. 돌아가는 물레의 움직이지 않는 중심, 이것이 네가 추구해야 할 인생임을 잘 기억해라.”
심수관 옹이 그 때는 어린 나이라 아버지 말의 속뜻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쉬지 말고 끊임없이 기술을 연마하라“는 격려 정도로만 알아들었다. 그러나 자신이 나이가 들어 장년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때 아버지가 하신 말의 속뜻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비록 일본 땅에 와서 일본 말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물레 중심에 꽂혀있는 바늘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조선 도공의 얼을 이어 받은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말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21세기 격변의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세상의 물레는 현란하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새에게 영역이 없듯이 국경과 민족의 개념이 희미해진 시대가 바로 오늘날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돌아가는 물레의 중심에 있는 바늘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올곳은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정체성의 힘이 곧 생존과 번영의 힘이기 때문이다.
세계인구중 이스라엘 민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불과하고 미국 전체 인구중 이스라엘 민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2.2%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중 22%가 이스라엘 사람이다. 경제학, 의학, 물리학, 화학으로 분야를 좁혀보면 그 비율은 40%로 확대된다. 말하자면 0.2%의 이스라엘 민족이 전체 노벨상의 40%를 휩쓸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하버드대학을 위시한 아이비리그의 교수 중 25%가 이스라엘 사람이며 미국의 최고 부호 중 25%가 역시 그들이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두 말 할 필요 없다. ‘정체성의 힘’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잡혀가 나라 없는 설움을 안고 살았지만 14대에 걸쳐서 ‘심수관 요’의 명성을 유지 할 수 있었던 것도 ‘정체성의 힘’ 때문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2,500년 동안이나 나라 없는 디아스포라의 떠돌이 삶을 살면서도 어떤 고난과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견디어 낸 것과 어느 민족에게 지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게 된 것도 토라(Torah)와 탈무드에서 비롯된 신앙 정체성의 힘 때문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전과 학교와 도서관을 아우르는 ‘시나고그’라는 특별한 공동체를 통하여 독특한 유대 민족 정체성을 발전시켰다. 시나고그는 마을 마다 형성되어 있어서 여기서 토라와 탈무드를 배우면서 높은 수준의 정체성 훈련을 받았다.
세계의 중심 미국에는 150개국이 넘는 다민족들이 들어와 살고 있는데 그들 중에 가장 우수한 민족은 이스라엘 민족이다. 강한 신앙과 끈끈한 민족 정체성이 번영과 부강을 가져온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누구냐?, 나는 왜 자리에 있느냐?”라는 정체성의 개념이 분명하게 확립되어 있을 때 온갖 시련과 역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탁월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빅토 프랑클(Victor Frankl). 그는 독일 나치스의 유대인 대학살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다. 그는 그가 쓴 유명한 저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정체성의 힘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그는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지내십니까? (How are you?)” 라고 인사하지 않고,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Where are you?)"라고 정체성을 묻는 인사를 했다고 해서 인구에 널리 회자되었다.
당신은 리더인가.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대하여 분명한 대답을 하는 리더가 되라. 21세기는 그런 리더를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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