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웹사이트에 한국 관련 청원들이 심심찮게 뜨고 있다.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란 청원 사이트에 지난해부터 모두 3건이나 등장했다.
시발은 미 공립학교 교과서에서 일본해 대신 동해를 표기해달라는 청원이었다. 버지니아한인회가 지난해 초 시작한 이 청원은 미주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청원사이트가 있음이 널리 알려진 것도 이 동해 청원 때문이었다.
요즘은 실리콘밸리의 한인들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청원의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도 튀었다. 지난 18대 대선 결과가 조작됐으며 재검표를 해야 한다는 청원이 제기됐다. “민주주의를 위해, 한국인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뉴욕 한인 청원자의 요청에 한국의 네티즌들도 ‘분발해’ 서명운동 중이다. 7일 현재 1만4천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이 일본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동해와 독도, 두 이슈가 백악관 홈피를 장식한데 이어 마침내 한국 대선 문제까지 등장한 것이다.
백악관의 이 청원 사이트는 미국판 신문고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 더 피플’도 신문고처럼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백악관은 온라인 청원서 제출 후 30일내 2만5000명 이상이 서명할 경우, 입장을 밝히거나 공청회를 열어 정책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안을 관계부처로 넘기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동해 청원에서 보듯 민감한 국제적 이슈에 내놓을 미국의 답은 뻔한 것일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에서 한미동맹의 가치보다 미일동맹을 우위에 놓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바뀌기 전에 미국이 한국의 손을 들어줄 것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 격이다.
무분별한 청원은 오히려 감당하기 힘든 반작용을 불러일으킨다. 동해 청원은 일본 네티즌들과 사이버 전쟁을 유발했다. 미시간 주의 한 일본계가 일본해 표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청원을 올리며 맞불을 놓았다.
일본계들은 결집했다. 일본계들은 지난해 9월에는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청원운동을 펼치고 나섰다. 실리콘 밸리 한인회의 독도 청원은 그에 대한 반작용이다. 결론나지 않을 청원 퍼레이드는 소득 없이 감정만 키운다. 냉정한 국제관계의 양면성을 통찰하지 못하고 우국충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청원 사안이 올바른 것인가도 되짚어 볼 일이다. 백악관이 청원 사이트를 마련한 것은 헌법이 정한 미국민의 권리에 따른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미국 시민과 시민의 권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한국 대통령 선거를 미 백악관에 청원하는 그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한국의 네티즌들이 서명운동에 뛰어드는 것도 청원 취지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막연히 미국에 기대는 것은 미주 한인을 위해서나 국익을 위해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분별한 백악관 청원,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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