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테너 심주안등 열연
성근 봄눈이 내리던 24일 저녁 필그림 교회에서 열린 ‘북한 동포 마중 콘서트’는 탈북자들의 애절함과 희망이 뒤섞인 감동의 무대였다.
재미탈북민연대(대표 조진혜, NKU SA)가 마련한 이번 콘서트에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교수와 테너 심주안, 2012년 워싱턴 청소년 가요제 우승자 장연우 군 등이 출연했다.
심주안은 김선도의 피아노 반주로 ‘주기도문’ ‘꿈꾸고 난 후’와 ‘페데리코의 탄식’을 풍부한 테너 음에 실어 선사했다. 장연우 군은 감미로운 미성으로 ‘선데이 모닝’ ‘뷰티풀 매스’를 들려주며 큰 박수를 받았다.
장 군은 “6년 전 미국에 왔는데 아직도 ‘넌 남한 사람이냐, 북한 사람이냐’는 질문을 미국인들로부터 받는다”며 “정작 나 자신도 북한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죄책감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김철웅 교수(백제예술대)의 피아노 독주가 진행됐다. 8살에 평양음대에 입학한 음악신동은 첫 곡으로 ‘가을의 속삭임(A comme amour)’을 골랐다. 프랑스의 팝 피아니스트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곡이다. 그는 손끝에 스치는 계절의 촉감과 달콤한 서정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해냈다.
천재 피아니스트 김철웅 교수에 이 사랑의 세레나데는 그가 나고 자란 조국, 북한을 버리는 계기가 된 운명의 곡이었다. 평양 음대와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을 졸업하고 평양 국립교향악단 수석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그가 2001년 북한을 탈출하게 한 바로 그 노래였다.
모스크바 유학시절 커피숍에서 들은 후 매료된 이 피아노곡을 그는 짝사랑하던 여인에게 들려주려 연습하다 보위부에 적발됐다. ‘반동적 재즈 음악’에 물들었다는 굴레를 쓴 예술가가 자신의 조국에 더 이상 마음 붙일 곳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다시 북한의 경쾌한 민요 ‘돈돌나리’에 이어 자신이 편곡한 ‘아리랑 소나타’로 장내를 울렸다.
마이크를 잡은 김 교수는 “우린 통일교육이라며 서로 다름의 교육을 받아왔다”며 “이 음악들처럼 이젠 서로 별로 다르지 않음을, 같음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회는 방송인 양윤정씨의 편지 낭독, 탈북여성인 써니(가명)의 ‘엄마 엄마’와 ‘반달’ 독창으로 이어지며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 2011년 결성한 재미탈북민연대가 북한에 남겨둔 가족을 구원하려는 탈북 여성 황수지 씨(가명. 텍사스 거주)와 탈북 고아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조진혜 대표는 “건강악화로 누운 황씨의 딱한 사연을 들은 워싱턴 지역의 탈북청년들과 한인청년들이 처음으로 힘을 모아 음악회를 준비하게 됐다”며 “민족의 아픔으로 헤어진 가족을 다시 하나 되게 하는 뜻깊은 공연에 참석하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콘서트 장에는 손형식 담임 목사와 수잔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도 참석해 이들을 격려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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