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원 박사, UW 북소리서 ‘아리랑’궁금증 풀어줘
“이 시간, 이 자리서 공유하는 게 중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한민족의 대표 민요인 ‘아리랑’, 특히 ‘경기 아리랑’은 부를 줄은 알지만 그 기원, 그리고 아리랑이 담고 있는 정치ㆍ사회학적 위치나 역학관계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12일 열린 워싱턴대학(UW) 한국학 도서관의 7월 북소리(Booksori)는 ‘아리랑’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는 자리였다.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UW에서 민족음악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하와이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이병원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다양한 음악을 담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마련해 150개가 넘는다는 다양한 아리랑 가운데 ‘경기 아리랑’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어떤 분들은 아리랑이 300년 이상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각종 자료를 보면 1926년 나운규의 영화‘아리랑’이 시초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빅히트를 친데다 선율이나 장단이 쉬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게 되면서 일본 식민지시대 일제에 항의하는 일종의 분출구 역할로 아리랑이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아리랑이 우리 고유의 것인 만큼 소유권에 대한 개념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2012년 유네스코의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데 성공, 일단 소유권은 확보한 상태다. 중국은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했고 북한도 대규모 마스게임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행사에 ‘아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아리랑 축전’이라고 부르면서 정치 이념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아리랑은 이제 음악적 차원을 떠나 국제적으로는 사회ㆍ정치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아리랑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리랑 자체만으로도 ‘상상의 커뮤니티(Imaginary Community)가 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누구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보다는 이 시간,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다같이 공유하는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북소리에는 UW 민족음악 2호인 이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 오랜 지기인 이익환ㆍ박귀희 씨 부부와 역시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UW에서 민족음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마리아 서씨 등도 참석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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