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자유형 74㎏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상규가 카자흐스탄의 다울렛 니야즈베코프를 상대로 공격하고 있다.
경기 도중 상대의 발에 맞아 의치가 빠져버린 선수는 고통을 참고 뛰었고, 발목을 다쳐 거동이 불편한 감독은 매트 곁을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하며 목이 터져라 독려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부활’을 선언하려 애쓴 한국 남자 자유형 레슬링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2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레슬링 남자 자유형의 마지막 날, 74㎏급에 출전한 이상규(28·부천시청)는 장충야오(중국)와 벌인 4강전에서 이가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상대에게 태클을 들어가다가 발에 얼굴을 차이면서 오른쪽 윗 앞니의 임플란트 치아가 빠진 것이다.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이가 빠진 상태로 준결승에서 패배하고, 다시 동메달 결정전에 오른 이상규는 투혼 끝에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규는 "많이 아팠지만 견디고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상규를 바라보는 자유형 대표팀의 박장순 감독도 몸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박 감독은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발목이 꺾였다.
막 귀국했을 때는 주변의 부축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팀의 사령탑 자리를 비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박 감독은 발목의 통증을 참으며 훈련을 지도하고, 인천에서는 경기 내내 선수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는 부상 상태를 묻는 말에는 "대회를 마치고 치료받으면 된다"고 그저 웃을 뿐이었다.
박 감독은 올해 5월에는 먼저 삭발을 하기도 했다.
한국 레슬링의 전설인 박 감독이 부상을 참고, 머리를 자르는 이유는 하나다. 자유형의 부활이다.
1980∼1990년대 한국 레슬링이 전성기에 올라 있던 때에 자유형은 그레코로만형을 제치고 메달밭 역할을 했지만, 박 감독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한 이후 금맥이 끊겼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레슬링이 전체적인 침체에 빠졌을 때, 더 큰 타격을 입은 곳도 자유형이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그레코로만형에서 4개의 금메달이 쏟아졌을 때 자유형에서는 1개밖에 획득하지 못했고, 4년 뒤 광저우에서는 은메달 1개에 그쳤다.
이렇게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의 처지가 뒤바뀐 것은 유망주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모든 선수가 자유형에서 시작하면서 이후 일부가 그레코로만형으로 옮기는 식으로 레슬링을 배웠지만, 차츰 학교 레슬링에서부터 국제대회 성적이 좋은 그레코로만형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그 탓에 가뜩이나 유망주가 적은 레슬링에서도 자유형은 한층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확실히 ‘부활’의 서곡을 울리겠다고 다짐했기에 선수는 이가 빠져도 참고, 감독은 발목이 아파도 참은 것이다.
결국 목표로 삼은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과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다른 투혼으로, 한국 자유형 레슬링은 분명히 인천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그레코로만형 대표팀이 금메달 2개를 수확하는 동안 노메달에 그친 자유형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1개를 포함해 6개의 메달을 손에 넣었다.
이상규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탄력과 순간 파워가 딸린다는 것을 절감한 뒤 체력 운동을 많이 했다"면서 "그러면서 바닥을 치고 올라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대교체를 통해 처음 대표팀에 입성한 선수들이 연달아 메달 소식을 전하는 등 미래를 향한 가능성이 비췄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김현우(삼성생명)가 그로부터 2년 전 광저우에서 초반 탈락하며 쓴 보약과 같은 경험을 했던 점을 떠올린다면, 지금 자유형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은 분명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빛 함성을 지를 대들보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