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렌드 상록회 이신옥 회장은 최근 며칠간 스마트폰 카톡(Kakao Talk)을 통해 수십 개의 새해 인사 메시지를 받느라 바빴다. 31일 하루에만 30여통이 넘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부분 상록회 회원들과 교회 친구들로‘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근하신년’ 메시지와 함께 세배그림 또는 짧은 동영상 등을 함께 보냈다.
이 회장은 “수년째 상록대학에서 스마트폰 강좌를 운영 중인데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시니어들의 노력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김모(페어팩스 거주)씨 역시 요즘 스마트폰 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스마트폰 사용이라고 해봤자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시니어센터 친구들과 대화하고, 가끔 손주들이 보내주는 사진을 보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요즘엔 신년 인사가 쏟아져 행복하다.
김씨가 보여준 스마트폰에는 희망찬 2015년을 기원한다는 메시지가 쉽게 눈에 띄었다.
최근 한인 노인층 스마트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신년 인사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특히 시니어들 사이에서도 카톡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예전의 성탄카드나, 새해 연하장을 카톡이 대신한다.
상록회, 중앙시니어센터, 복지센터 시니어 아카데미, 메시야 평생교육원 등에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노인들도 자주 목격된다.
중앙시니어센터에서 오랫동안 컴퓨터 강사를 역임한 노세웅 이사는 “자녀들로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선물 받은 시니어들이 사용법을 익혀 자녀 또는 친구들과 카톡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이 일부 시니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평소 연락을 못했던 사람들이 보내오는 새해 인사가 물론 반갑지만 한편으론 ‘정성’이 없고 ‘사람냄새’가 안 나기 때문.
그렇다 보니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에 가까운 시니어들에게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카톡 메시지가 ‘영혼 없는 공허한 울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노인들 사이에 주고받는 신년인사는 대부분 이미 남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 글귀 등을 복사해 붙여 넣는 방식으로 전파되고 있다.
60대 후반의 박 모(애난데일 거주)씨는 “평소보다 많은 카톡이 오지만 마음을 담지 않아 감동이 덜 하다”며 “예전에는 크리스마스카드 하나 쓸 때도 얼마나 많은 정성을 담고, 어떤 글을 쓸까 고민했다. 또 그걸 우체국에 부치러 가던 정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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