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 두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3개 한인회장에 이어 메릴랜드 지역 한인단체들이 상호 협력을 위해 손을 잡은 컷들이다.
갈등의 경계는 무너진 것인가. 밝은 표정의 그 사진들을 보며 한참도 전에 읽은 두 책이 떠오른 건 자연스러웠다.
섬에 표류한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쥘 베른의 ‘15 소년 표류기’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 읽은 ‘15소년 표류기’는 가슴 뛰게 하던 모험담이었다. 소년들은 시시각각 닥쳐오는 갈등을 극복하고 협력하면서 마침내 섬을 탈출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 잠이 오지 않을 때 읽은 ‘파리대왕’의 소년들은 극적으로 대비된다. 소년들은 서로 싸우고 결국은 살인까지 하게 된다. 인간 본성에 잠재한 권력욕과 야만성이 드러나면서 섬은 지옥으로 변한다.
한인회 간의 갈등의 역사는 오래 됐다. 워싱턴한인회가 80년대 후반, 3개 한인회 체제로 바뀌면서 협력보다는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 회장들의 인품과 자질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서로는 견원지간 못지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법적 문제까지 개입되며 도가 더욱 심해졌다.
인간이 소유하고자 하는 대상은 제한돼 있고 소유욕은 무한하다.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인과 집단은 끊임없이 경쟁과 갈등한다. 막스 베버의 고전적 갈등이론부터 마르크시즘까지 모든 이론은 갈등을 인간 본성의 산물로 파악한다.
한인회들 간의 냉전도 그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관할영역과 자존심 다툼에 소통부족으로 인한 오해까지 겹쳐 사사건건 험담하고 물어뜯으려 했다. 주류사회 보기에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비무장지대를 넘은 그 갈등의 폐해의 최대 피해자는 워싱턴 한인사회였다.
대립의 양축은 한인연합회와 버지니아한인회였다. 다행히 새로운 리더십이 작동되기 시작했다. 임소정 한인연합회장, 김태원 버지니아 회장 모두 그 폐해를 절감한 듯하다. 앙금과 갈등의 해소를 위해 그 못난 경계를 허물고자 나선 것이다. 그리고 한인사회 앞에서 보란 듯이 다짐을 했다.
두 사람과 서재홍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 그리고 메릴랜드 한인단체들의 협력의 다짐이 공염불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한인사회가 그들을 주목하고 있고, 전환기를 맞은 커뮤니티의 각박한 환경이 갈등의 현재화를 용납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한 의지와 열정이 한인사회 전체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표류소년들의 이야기에서 보듯 갈등이 있는 곳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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