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서 부모 잃고 굶주리다 새 삶 찾아 월경
▶ 험난했던 여정이 한편으로 축복이자 교훈... 우리처럼 불행한 아이들 돕는 것이 소명
소피 아멜 페랄타(오른쪽)와 동생 알렌 아멜 페랄타(왼쪽)가 그들에게 무보수 홈스쿨링으로 영어를 가르쳐 성공적 미국생활의 기반을 닦아준 브라이언 폰테인과 대학 졸업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멕시코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그들의 어린 시절은 비참했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6남매를 버리고 사라진 후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초라한 농작물과 맨손으로 잡은 닭을 팔기도 하며 마을을 떠도는 어린 아이들을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다.“늘 배가 고팠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우리 기억 속엔 가족 식사란 게 없어요. 팔리지 않는 썩은 과일이나 정크푸드를 먹었지요”라고 이젠 30세의 어른이 된 소피 아멜 페랄타는 말한다.“하루에 서너 시간씩 학교에도 가긴 했지요. 그러나 뱃속이 비었을 때 공부는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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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동생 알렌 아멜 페랄타(28)도 기억을 더듬었다. “난 우리도 언젠가는 깨끗한 옷을 입고 숙제를 도와주는 부모와 함께 사는 정상적인 아이들이 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했지요. 그때 만약 내 곁에 소피누나가 없었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멕시코시티 인근 치코로아판 데 후아레즈에서의 헐벗은 생활을 견디다 못해 15세 누나와 13세 남동생은 1999년 미국으로 도망쳤다. 그나마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살던 손위 누나가 ‘카요티(coyote)’로 불리는 밀입국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내주어서 가능했다. 10대 남매는 티화나에서 국경을 넘어 캘리포니아 칼렉시코로 갔다가 브룩클린에 도착했다. 거기서 그들은 다른 불법체류자들과 함께 온갖 잡일과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렸다.
그들이 캘리포니아로 다시 돌아온 것은 2003년이었다. 그들에겐 은인이 된 한 ‘선한 사마리아인’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브라이언 폰테인이 역경 속에서도 씩씩하고 성실하며 우애 깊은 남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멕시코에 사는 어머니에게서였다. 소피와 알렌이 폰테인의 어머니 집 청소일을 했던 것이 인연이 되었다. 인쇄소 관리인인 폰테인은 뉴욕에서 온 그들을 자신의 집에 묵게 하며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가르쳤다. 영어실력 연마에 특히 집중했다. 영어가 그 아이들의 경제적 미래에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이 나라 말을 못하면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도 없고 네 자신을 방어하지도 못 한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게 9개월의 강훈련 홈스쿨링이 끝난 후 폰테인은 남매를 2004년 마운트 샌안토니오 칼리지에 등록시켰다. 그들이 택한 클래스는 해부학에서 원예, 용접, 무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때가 우리에겐 탐험의 시기였지요. 우리는 새 언어로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새 용어를 알게 해 줄 모든 클래스를 택했습니다”라고 소피는 회상한다.
소피와 알렌은 후에 캘스테이트LA와 UC어바인으로 각각 편입했다. “우린 매일 매일을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 알렌은 “특히 아버지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한다”고 폰테인에 대해 말했다.
폰테인은 “난 그들에게 그들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무언가를 바란 적은 없어요. 단지 자신들과 같은 형편의 다음 세대를 도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그들의 긴 세월 역경과 끊임없는 노력은 지난주 드디어 성공적인 첫 수확을 거두었다. 소피는 캘스테이트LA를, 알렌은 UC어바인을 졸업한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뉴스와 영화에서나 보았던 역경을 실제로 견디며 이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겁니다. 아름다운 영혼을 잃지 않으면서…”라고 UC어바인의 역사 및 라틴연구학 교수 아니타 브래드포드는 감탄한다. “그들은 취약한 커뮤니티에 속해있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그늘에서 홀로 애쓰는 다른 젊은이들에게 그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지요”
알렌의 멘토인 브래드포드교수는 알렌이 스튜던트 아웃리치 센터에서 일하며 장학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센터에서 알렌의 업무는 부모따라 어렸을 때 미국에 건너온 서류미비 청소년들인 ‘드리머’들을 감독하는 프로그램 관리였다.
알렌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뛰어난 공감능력과 가난한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위한 정의구현에 대한 사명감을 지닌 선천적 리더”라고 칭찬을 아까지 않는 브래드포드교수는 “누나에 대한 깊은 사랑은 놀라울 정도”라며 그들의 ‘순수하고 강력한 우애’에도 경의를 표했다.
암에 걸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6남매를 남겨둔 채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를 그들은 그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무도 돌보아줄 사람이 없었던 6남매는 멕시코와 미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서 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거절을 못 합니다. 그것은 나의 소명이라 할 수 있지요”라고 소피는 말한다. 아동개발로 학사학위를 받은 소피는 현재 캘스테이트LA의 EOP/드리머스 자원센터에서 멘토와 어드바이저로 일하고 있다.
살아오며 어느 시점에서 소피는 “내 지난날의 어려움은 사회 환경 때문이었다. 내 탓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의 경험을 타인을 이해하고 위로하는데 활용할 수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녀의 지도교수 레어노어 바스케즈는 설명했다.
이들은 1년 동안 일해서 돈을 모아 대학원에 진학해 소피는 사회사업, 알렌은 의료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계획이다.
“우리의 여정은 험난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축복이고 교훈이었지요. 우리의 목표는 교육을 계속 받아 ‘대디’를 기쁘게 해드리는 겁니다”라고 이들 남매는 폰테인을 포옹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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