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루스벨트·트루먼·존슨·닉슨 등 미언론 지목
해리 트루먼 대통령. 1945년 9월 모습(AP)
리처드 닉슨 대통령. 1969년 2월 당시 사진(AP)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인종주의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깜둥이’(Nigger)란 속어를 사용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시카고 선타임스가 23일 이 단어를 자주 써 인종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백인 대통령 5명을 소개했다.
우리말로 ‘깜둥이’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단어는 흑인 노예를 지칭하던 말로, 흑인들 간에는 친근감을 담은 호칭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함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될 ‘금기어’여서 N 단어(N-Word)로 표현하기도 한다.
선타임스는 ‘N 단어’를 사용한 5명의 백인 대통령’이란 제목의 이 기사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는 ‘N단어 사용 허가증’을 가진 첫 번째 대통령"이라고 운을 뗐다.
이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인종주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공개적으로 사용했지만, 백악관의 전 주인인 많은 백인 대통령들은 사적 공간에서 은밀히 이 단어를 사용했다"며 "하나같이 추한 그 말들이 일부 기록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5명 가운데 일부는 이미 인종차별 성향이 알려졌으나 일부는 흑인 인권 향상에 기여한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역사학자 케니스 오라일리가 쓴 ‘닉슨의 피아노’(Nixon’s Piano·1995)에 따르면 리처드 닉슨 대통령(1969~1974 재임)은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으로부터 "언론이 윌리엄 로저스 국무장관의 아프리카 방문을 호의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후 "(아프리카) 깜둥이들은 로저스에게 맡기고 우리는 나머지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비꼬았다.
선타임스는 닉슨이 흑인뿐아니라 유대계·이탈리아계·아일랜드계에 대해서도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었다며 "그의 발언이 당시 알려졌더라면 엄청난 분노를 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린든 B.존슨 대통령(1963~1969 재임)은 흑인 차별 철폐를 위한 민권법 제정에 앞장섰고 흑인들의 처지에 대한 감동적 연설들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선타임스는 "놀랍게도 존슨이 인종주의자일 수 있다"며 그의 행보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산된 행동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기작가 로버트 달렉에 따르면 존슨 대통령은 1967년 더굿 마샬 연방 법무차관을 미국 최초의 흑인 연방대법관에 지명하면서 한 보좌관에게 "그가 깜둥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전기작가 로버트 카로는 존슨이 전용차 운전기사에게 "네가 흑인인 이상 죽을 때까지 흑인이다. 누구도 네 이름으로 너를 부르지 않을 거다. 그러니 깜둥이인 너는 뭐라고 불리던 흘려듣고, 가구의 일부인 것처럼 잠잠히 있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1945~1953 재임)은 말년에 전기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N단어와 반유대 속어를 공공연히 사용했다.
그는 20대 때인 1911년 ‘미래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종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
트루먼은 "깜둥이나 차이나맨(중국인 비하 속어)이 아니라면 누구나 괜찮다. 윌스 삼촌이 말하기를 신은 흙으로 백인을 만들고 진흙으로 깜둥이를 만들었으며 남은 재료로 중국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삼촌이 중국인과 일본인을 무척 싫어했듯 나도 그렇다"면서 "흑인은 아프리카로 가야하고, 황인종은 아시아에 백인은 유럽과 미국에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계 차별 정책으로 비난을 받은 프랭클린 D.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 재임)도 젊은 시절 사적인 자리에서 N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고 전기작가인 그레고리 워드가 밝혔다.
워드는 1989년 펴낸 책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정계 입문 후인 1911년 연설문 초안에 연필로 ‘깜둥이 이야기’라고 적어놓은 기록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1913~1921 재임)은 자유와 평등을 중시한 진보적 인사로 기억되지만 백인우월주의자라는 의혹도 샀다.
그는 프린스턴대학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프린스턴 전통상 흑인이 지원한 일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 문제를 거론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그는 1901년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문예지 ‘하퍼스 매거진’(Harper’s Magazine)에 (흑백분리 정책을 합법화한) ‘짐 크로(Jim Crow Laws)법’ 지지 기고문을 쓰고 있다"며 "깜둥이처럼 일하고 있다. 숨 쉴 시간조차 없다. 언론이 내게 접근해오는 것이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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