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군 첫 한인 여성장교…미국서 평생 ‘한국정신’ 강조
24일 캘리포니아 주 자택에서 별세한 안수산(100) 여사는 미국 교민사회에서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였다.
그는 평생 미국에 살면서도 아버지인 도산 안창호 선생의 유훈을 간직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은 여장부였다.
1915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난 안 여사는 불과 11살이던 1926년 집을 떠난 아버지와 생이별했다.
안 여사는 당시 "훌륭한 미국인이 돼라. 그러나 한국인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를 평생동안 가슴에 간직해왔다.
그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CSU샌디에이고)를 졸업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한인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미 해군에 입대했으며, 해군 역사상 첫 여성장교로 복무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교 시험에 한 차례 낙방했지만, 재도전 끝에 해군에 입대한 안 여사는 키 작은 동양 여성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첫 여성 포격술 장교로 근무했다.
사실 일본어를 할 줄 몰랐으나 ‘한국어·일본어·영어 등 3개 국어를 한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진 덕분에 해군 정보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6개월 동안 암호해독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차별을 받았으나, 진정성과 용기를 인정받아 암호해독가로 중용됐다.
1945년 종전 후 예편해 국가안보국(NSA) 비밀정보 분석요원으로 변신해, 1960년 퇴직할 무렵에는 300명 이상의 요원을 거느린 것으로 전해졌다.
안 여사는 지난해 현지방송인 KTLA와의 인터뷰에서 "한인이란 이유로 정보국 내 일부 비밀 문서를 볼 수 없었고, 군복을 입고 있어도 차별을 받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려고 했고 결국 나중에는 모두가 인정했다"면서 "무슨 일이든, 어디에서건 절대 겁을 낸 적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안 여사는 해군 정보장교로 재직할 때 사귄 아일랜드계 미국인 프랜시스 커디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가족들과 고급 레스토랑 ‘문게이트’를 운영한 안 여사는 1960∼1970년대 도산공원 건립계획이 진행되면서 아버지의 나라 한국과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했다.
소장하고 있던 도산 관련 자료들을 기증해 조국의 독립기념 사업을 도왔고, 미국 교민사회에서도 동포 신문인 신한민보, 흥사단, 3·1 여성동지회 등의 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해군과 NSA 복무, 교민사회에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2006년 ‘아시안 아메리칸 저스티스센터’에서 수여하는 ‘미국용기상’을 한인 최초로 수상했고, 올해 3월10일에는 LA 카운티가 도산 선생의 순국 77주기를 맞아 ‘안수산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안 여사의 생애는 ‘11살에 헤어진 아버지 도산을 찾아 나선 미국인 딸의 여행’이라고 한국계 전기작가 존 차는 평가했다.
존 차가 저술한 안 여사의 전기 ‘버드나무 그늘 아래’에서 안 여사는 "어린 시절 아버지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다. 아버지가 왜 떠났는지 의문에 싸여있었다"라고 술회했다.
안 여사는 2003년 출판기념회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내가 미국에서 한국 사람임을 잊지 않았던 것은 ‘한국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당부 때문"이라며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면 ‘남북이 분단됐는데 너도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지 않겠느냐’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여사의 아들 필립 커디 씨는 "어머니는 아시아계로서 자부심을 늘 가져왔고 여성으로서 남성 중심의 세계에 뛰어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은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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