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된 데 이어 바람을 피우는 등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처음으로 공론화된 것은 결혼관과 부부관계에 대한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 동안 법원은 가부장적 남편이 일방적으로 부인을 내쫓는 이른바 ‘축출이혼’을 방지하기 위해 유책주의를 택했다. 혼인생활에서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는 상대 배우자에게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게 유책주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남여 평등 의식이 높아지는 등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과거 전통적 가치관에 입각한 결혼관도 바뀌어 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일부일처제와 부부간 정조의무의 상징적 보루로 여겨졌던 간통죄를 62년 만에 폐지 결정했다.
헌재의 간통죄 폐지 결정으로 지난 1965년부터 이어져 온 이혼 소송 원칙이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간통죄 폐지로 이혼 소송에서 일방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 만큼 혼인 파탄 상황을 폭넓게 해석하는 쪽으로 판례가 바뀌지 않겠냐는 해석이었다.
파탄주의는 유책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누가 봐도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난 경우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 일본 등은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파탄주의 없이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유일하다.
최근 법조계 안팎에서도 서류상으로만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 어느 한 사람의 책임보다는 혼인이 깨진 상태를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도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 잘못이 있는 배우자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미성년 혼외자를 둔 남편 A씨가 15년째 별거 중인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에 대한 대법원의 결론은 이르면 오는 9월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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