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도연설서 ‘남부기 끌어내리자’ 주장한 뒤 ‘어메이징 그레이스’ 불러
▶ 게이에 깜짝 전화해 ‘당신과 당신의 남편이 자랑스럽다’ 축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보여준 파격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인종 증오범죄로 희생된 흑인 목사의 장례식 추도연설을 하는 도중 찬송가를 부르는가 하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즉각 한 남성 동성애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존 바이든 부통령,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유서깊은 흑인교회인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를 찾았다.
지난 17일 백인 청년이 ‘인종전쟁’을 시작하겠다며 벌인 비극적인 총기 난사 사건에서 목숨을 잃은 9명 중 한 명인 클레만타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에서 추도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5천500여 명의 신자들 앞에서 40분간 추도사를 하며 이번 사건으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부각된 깃발인 남부연합기를 퇴출할 것과 총기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장해, 여러 차례의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그는 "남부기를 끌어내려 하나님의 은총을 나타내자"며 "너무 오랜 기간 우리는 남부기가 너무 많은 시민에게 가한 고통에 눈감았다"고 말했다.
또 "남부기는 단순히 선조의 자부심보다 더 많은 것을 대변해왔다"며 "흑인이든 백인이든 많은 이에게 그 깃발은 조직적 억압과 인종적 예속의 상징이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너무 오랜 기간 우리는 총기범죄가 가져온 고유의 대혼란에 눈을 감았다"며 "다수의 미국인과 총기 소유자는 어떤 조치가 이뤄지기를 원한다"며 총기 사용 규제를 거듭 제안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40여 분의 추도연설이 거의 끝날 무렵 찬송가인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를 부르기 시작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이벤트’였다.
이 노래는 영국 성공회 사제인 존 뉴턴 신부가 자전적 삶을 가사로 쓴 가스펠이다. 뉴턴 신부가 흑인 노예무역에 관여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이런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목과 똑같은 가사의 첫 구절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저음으로 읊조리기 시작하자 연단 뒤에 배석한 목사들이 일제히 기립했고, 신자들 역시 이 찬송가를 함께 불렀다.
흑인 대통령의 열정을 담은 긴 연설과 감동 어린 찬송가가 어우러지며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커다란 감동의 무대로 변했다. CNN은 이날 오후 오바마 대통령이 노래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리자 이 재판의 원고이자 게이인 짐 오버게펠에게 전화를 걸어 대법원의 결정을 축하했다. 역시 오버게펠이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이벤트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 건물 앞에 나와 지지자들과 함께 이날 결정을 환영하는 오버게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을 전한다"며 "이 사안에 대한 당신의 리더십이 미국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CNN을 통해 생방송 된 이 전화에서 그는 "나는 당신과 (사별한) 당신의 남편이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없다"며 "신의 은총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판결 직후에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평등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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