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평등 큰 진전 vs 대법관·공화당 등 보수파 강력 반발
케네스 덴슨(왼쪽)과 가브리엘 멘데스 게이 커플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및 전국 허용 결정에 기뻐하며 댈러스의 법원에서 키스하고 있다. (AP)
인권 단체 회원들이 26일 버지니아 주의 한 도서관에 모여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및 전국 허용 결정에 기뻐하고 있다.(AP)
미국에서 ‘인권과 정의의 파수꾼’ 노릇을 해 온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판정을 내리고 미국 전역에 동성결혼 허용 결정을 내린 26일 미국 전역은 성적 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지지하는 무지개색 물결로 뒤덮였다.
행정 수도인 워싱턴D.C.에 자리한 연방대법원 청사 주변과 세계 동성애자의 수도 격인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기뻐하는 동성애자와 성적 소수자 지지자의 환호성으로 크게 진동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즉각 효력을 발휘함에 따라 그간 동성결혼 허가증을 발급하지 않은 미국 14개 주에 거주하던 동성 연인들은 당장 법원으로 달려가 서둘러 행정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 일부와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정치인 등 보수파들은 ‘전통적인 결혼의 의미가 정치적인 판결로 퇴색했다’며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강력히 반발해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진보, 보수 간의 논란이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을 "미국의 승리"라고 치켜세우고 "모든 미국인이 평등하게 대우받을 때, 우리는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며 반색했다.
아울러 "느리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벼락처럼 다가오는 공정함으로 오늘처럼 보상받는 날이 있다"고 평했다.
◇동성애자·인권 단체 기쁨 만끽…새로운 민권 시대 개막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0시께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허용 결정이 알려지자 연방대법원 청사 바깥에서 판결을 기다리던 동성애자와 인권 단체 지지자들은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며 기쁨을 자축했다.
길게는 50년 가까이, 짧게는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을 뜨겁게 달군 동성결혼에 대해 ‘최후의 보루’인 연방대법원이 대법관 5-4 판결로 합헌 결정을 내리자 성적 소수자의 자유와 인권, 평등을 위해 싸워온 이들은 누구랄 것 없이 뜨겁게 포옹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판결 전 미국 국가를 부르며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연방 차원의 지지를 호소했다.
역사적인 대법원의 판결을 기념하고자 청사를 배경으로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지자들은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하고 기쁨의 행진을 벌였고, 지나가던 시민은 경적을 울리며 축하를 건넸다.
CNN 방송으로 생중계된 전화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이자 이번 재판의 원고인 짐 오버게펠에게 "당신의 지도력이 미국을 바꿨다"고 축하와 경의를 동시에 표했고, 오버게펠은 "감격스러운 순간으로 대통령의 전화를 받아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사는 크리스털 하딘은 각각 3, 5살 먹은 아이들과 함께 연방대법원 청사로 달려와 새 역사의 순간을 함께했다.
그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결혼 평등권을 지지해 온 사람으로서 아이들과 이 순간을 만끽하고자 나왔다"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할지는 모르지만, 역사의 순간을 이 자리에서 함께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미래에 무척 소중할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등 공공건물과 역사적인 동성애자 밀집 지역인 카스트로 구역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는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걸렸다.
또 시청 앞에 자발적으로 모인 수백 명의 시민은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트위터에서 "이제 사랑하는 동성 커플 모두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됐습니다!"라는 의견을 밝히고 ‘사랑이 승리하다’는 뜻의 ‘#LoveWins’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샌프란시스코 시 청사와 전쟁기념 오페라하우스 등 주요 공공건물은 리 시장의 지시에 따라 전날 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갯빛 조명이 환하게 켜고 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을 기대했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스톤월 인’에도 많은 동성애자가 모여들어 새 역사의 개막을 만끽했다.
게이바인 이곳에 1969년 경찰이 급습해 동성애자들을 범죄자 취급하자, 이에 맞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뒤 스톤월 인은 게이 해방 운동의 출발지로 자리매김했다.
’스톤월 인’을 운영하는 스테이시 렌츠는 "동성결혼은 결혼이 아닌 평등의 문제"라며 "뉴욕의 LGBT와 세계의 성적 소수자가 거둔 승리"라고 말했다.
◇ 동성결혼 허가증 받으러 법원 쇄도
그간 동성결혼을 불허한 미국 14개 주의 동성 짝들은 연방대법원의 판결 직후 동성결혼 허가증을 받으러 법원으로 즉각 달려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결혼 허가증을 받으려고 동성커플 20∼25쌍이 미국 텍사스 주 트래비스 카운티 법원에 득달같이 달려가는 등 텍사스, 네브래스카, 조지아,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간, 오하이오 등 14개 주 법원에 동성애 커플이 운집했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왔지만, 주 정부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동거인 신분으로 지내던 게이와 레즈비언 쌍들은 지인과 가족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며 합법적인 동성 부부로서의 소중한 자유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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