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지니아주 프레데릭스버그서…미국사회내 ‘이슬람 혐오증’
파리 테러사건의 후폭풍 속에서 미국 사회의 분위기가 미묘해지고 있다.
개방과 다양성을 '미국적 가치'로 자랑해온 일반 미국인들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이슬람 종교에 대한 혐오증을 드러내거나 난민수용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
지난 17일 저녁 미국 워싱턴D.C.에서 자동차로 두시간 가량 떨어진 버지니아 주 프레데릭스버그 지역에서는 '모스크'(회교사원) 증축 문제를 놓고 지역민들 사이에 보기 드문 설전이 벌어졌다.
'프레데릭스버그 이슬람 센터'라는 이슬람 종교단체는 스포츠배니아에 위치한 현행 모스크를 2마일가량 떨어진 부지로 이전하고 건물의 규모를 8천㎡로 증축하겠다고 나서자 한 남자가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면서 지역민 회의가 난장판으로 바뀌었다.
이슬람 센터측의 세이머 샬라비는 "이 모스크는 이 지역에 삼십년 가까이 있었다"며 증축 계획을 옹호하고 나섰지만, 이슬람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에 이슬람 센터의 운영자인 살림 압달라는 지역의 부(副) 보안관에게 회의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부 보안관은 즉각 회의를 해산하라고 명령하고 참석자들을 귀가시켰다.
모스크에서 일하는 압둘-하킴 존슨은 지역 언론에 "나의 믿음이 공격을 받았다"며 "사람들이 무슬림에 대해 욕을 하고 있지만, 나도 그들만큼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AP 통신은 현재 미국 전역의 무슬림들은 모스크와 이슬람센터에 대한 기물파괴행위,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협박, 물리적 폭력의 위협 등 파리 테러사건에 따른 '증오범죄'에 직면해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6일 새벽에는 미국 텍사스 주의 주도(州都)인 오스틴 시 외곽의 플루거빌에 있는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누군가가 인분을 투척하고 꾸란(이슬람경전)을 찢어 놓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18일 버지니아 주 로어노크 시의 데이비드 바우어스 시장이 과거 미국이 진주만 피습 직후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수용소에 격리시켰던 것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미국 사회의 미묘한 변화기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우어스 시장은 성명에서 시(市) 산하 기구에 시리아 난민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 근거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1년 12월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습한 직후 11만 명 이상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수용소에 격리시켰던 조치를 거론했다.
바우어스 시장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진주만 피습 직후 일본계 미국인들을 격리시켜야 할 압박감을 느꼈던 것이 떠오른다"며 "지금 미국이 이슬람 국가(IS)로부터 받는 위협은 당시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것만큼 실제적이고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일본계 3세인 마이크 혼다(74·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외국인 혐오증'을 드러낸 것이라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유년기에 강제수용소에 격리된 경험이 있는 혼다 의원은 이날 데비 와서먼-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2차 세계대전 때 집행된 비열하고 근거 없는 일본계 미국인 강제격리 조치는 우리 민주주의의 흉측한 얼굴"이라며 "바우어스 시장은 외국에서의 전쟁과 국내에서의 테러위협이 미국 내에 위험한 '외국인 혐오증'을 만들어냈던 우리 역사의 어두운 순간들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들은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리며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16일 한 방송에 나와 자국 내 모스크(회교사원)를 '테러의 온상'인 것처럼 암시하며 대통령이 되면 일부 모스크를 폐쇄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난민 수용 계획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표결에 넘겨져 찬성 289표, 반대 137표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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