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영 지음, 동녘 펴냄
읽는 내내 불편하고 피곤한 책이다. 이 고통스러운 시간은 그러나 책이 다분히 의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의 주류인 남성, 이성애자, 엘리트에서 벗어나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주변인,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통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찰이 이뤄진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는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람 될 권리’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인종과 지역, 학력, 성별 등으로 사람을 구분 짓는 한국 사회 구조부터 이 속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의 삶, 여성 혐오와 모성신화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내며 우리 삶에 젖어든 부조리를 들춰낸다.
이 작업은 거창한 이론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저자의 소소한 경험은 공감과 함께 자연스레 화두를 던진다. 예컨대 책의 서문엔 난데없는 생선 이름이 등장한다. 새치와 임연수어. 각각 어떤 생선인지 궁금하겠지만, 사실 이 둘은 한 생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표준 서울말’로는 ‘임연수어’이지만, 강원도 영동 지방에서 자란 저자에겐 이 대신 ‘새치’라는 단어가 입력돼 있었다. ‘정말? 그게 그거라고?’ 살면서 지속해서 자신의 사투리를 발견하고 그럴 때마다 표준어를 새롭게 입력시켜 온 저자는 말한다. ‘지방 사람은 필연적으로 두 개의 모국어를 가졌다’고. 언어의 서열은 한 국가를 넘어 만국 공용어 영어와 자국어, 주류와 비주류, 중심과 변방이라는 프레임으로 확대된다. 프랑스 유학 당시 살던 허름한 건물에서 세탁기 문제로 세입자들끼리 다퉜던 기억은 저소득층의 빈곤을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는 편견을 뒤집는다. 20명의 세입자가 공용 세탁기 1대를 사용하던 시절, 세탁기 앞에 사는 사람이 괴로움을 호소하자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없는 것들이 요구 사항도 많고 성질도 더러워서 그래.” 정말 그랬을까. 이 분쟁은 마당에 세탁실을 새로 지으며 해결됐다. 문제는 집의 구조이지 ‘없는 것들의 성질’이 아니었다.
책은 기득권을 제외한 피지배자들 사이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에 집중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와 여성, 성소수자, 어린이, 노숙인 등의 구체적인 삶을 조명한다. 그렇다고 변방이 중심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세상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저 변방이 소멸하지 않고 다양한 비정상이 공존하는 사회를 말할 뿐이다.
책의 상당 부분이 여성혐오나 여성 노동의 저평가, 영성의 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성매매, 성폭력, 낙태 등) 등 여성 관련 이슈다. 분량이 여성 소재에 치우친 데다 애초 책이 각종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다듬어 낸 묶음집인 만큼 소재의 결이 명쾌하게 하나로 묶인다는 느낌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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