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 실현됐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김영욱·바이올린)
현악 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지난 13일 첫 인터내셔널 음반 '노부스 콰르텟 #1'을 전 세계에 동시 발매했다.
독일 베를린에 살면서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뜻 깊은 일이다. 이제는 "사러만 갔던 음반 가게에서 내 음반을 만날 수 있게"(이승원·비올라) 됐다.
르네 야콥스, 조르디 사발의 음반을 만든 세계적인 명 프로듀서 이콜라 바로톨로메가 직접 녹음을 제안해 만들게 된 음반이다. 바로톨로메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현악사중주 1번을 연주하는 노부스 콰르텟의 모습을 보고 직접 연락을 해 왔다. 아티스트에게는 명함 같은 개념인 음반을 만들 때가 됐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신기하게도 연락이 와서 정말 영광스럽고, 기분이 좋았고요. 아티스트를 알아보는 눈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전적으로 저희를 믿고 맡겨주셔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습니다."(김재영·바이올린)
앨범에는 베베른(1883~1945)의 '느린 악장', 베토벤(1770~1827)의 현악사중주 11번 '세리오소'와 윤이상(1917~1995)의 현악사중주 1번, 한국민요 '아리랑'이 실렸다. '현악사중주의 불모지'라고도 불리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지만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의 정체성을 고민한 결과다.
"첫 음반인 만큼 클래식을 하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한국의 음악과 정통 유럽의 클래식을 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의 본고장인 비엔나 출신 작곡가 베베른과 베토벤, 유럽에서도 유명한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 저희가 앙코르로 늘 연주했던 아리랑을 선택하게 됐습니다."(문웅휘·첼로)
특히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1번은 세계 최초로 녹음되는 곡이다. 윤이상의 작품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곡이다. 완전하지 않은 악보만 봐도 한국적인 분위기가 상상이 됐다. 악보도 구하기 어려운 열악한 상황에서 베를린에 있는 윤이상 재단의 도움을 받았다. 세계 최대 음악출판사인 부지 앤드 혹스(Boosey&Hawkes)에서 특별히 나서 악보를 인쇄, 발매해 준 것은 독일에서도 큰 뉴스가 됐다.
"처음 저희끼리 소리를 맞춰 봤을 때, 이건 그냥 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악장은 한국 시골의 경치를 둘러보는 것 같았고, 2악장에는 노골적일 정도로 민요에서 따온 듯한 선율이 많이 나와요. 3악장에는 외줄타기, 마당놀이, 사물놀이 같은 전통의 소리가 추가됐고요. 아시아가 아니라 한국적인 걸 드러내기 위해 어렵게 찾아내서 또 어렵게 녹음한 거죠."(김재영)
한국 실내악단으로 유일하게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다. 연주회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 받았던 의심의 눈초리를 인정의 눈빛으로 바꾼 숱한 경험을 통해 느낀 자긍심과 희열, 승리감이 드러난다.
"자부심보다는 사실 사명감이 더 커요. 한국 실내악의 발전을 위해 저희가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김영욱),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최근 은퇴한 도쿄 콰르텟으로 대표되던 아시안 콰르텟의 이미지가 저희로 세대교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시안이라는 편견을 깨고 더 크게 나아갈 수 있는 팀이 되는 게 저희의 바람입니다."(김재영)
뛰어난 음질로 유명한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과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3년 동안 세 장의 음반 발매를 계약했다. 다음 달 중순에 프랑스 파리에서 두 번째 앨범 녹음을 시작한다. 10월께 발매 예정이다.
다음 달 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과 일본 산토리홀 실내악가든 축제 출연에 이어 한국에서는 8월 27일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쇼스타코비치' 연주회를 연다.
<조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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