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인가, 증오범죄인가
연방 당국은 이번 사건을 외국테러 조직으로부터 잠재적 영감을 얻어 급진화(Radicalization)한 소위 ‘외로운 늑대’(a Lone wolf)의 ‘자생적 테러’ (Domestic terror)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오마르 마틴이 2차례에 걸쳐 사우디 아라비아 성지순례를 다녀왔다는 점, 범행 도중 911에 전화를 걸어 IS에 충성을 맹세한 점 등으로 볼 때 이번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동성애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클럽에서 발생했고 희생자 대다수가 동성애 성소수자였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사회적 증오심리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14일 오마르 마틴이 사건이 발생한 게이클럽을 3년전부터 여러번 찾아와 술을 마셨으며 게이 데이팅 앱을 사용했었다는 사실이 나오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혼돈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행위이자 혐오범죄”라고 규정했다.
■첨예한 사회적 갈등표출
49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이번 참사는 미국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쟁점들이 한데 엉켜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극단주의 이슬람에 대한 미 사회 일각의 거부감, 동성결혼 등 성소수자에 증오심 등이 이번 사건의 복합적인 원인의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참사가 빚어진 이날은 지난해 6월 26일 연방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린 지 1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성소수자들의 축제일로 올랜도는 물론 미 전국에서 기념행사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은 특히 성소수자 사회에 더 가슴 아픈 날”이라고 말해 이번 사건이 증오범죄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오마르 마틴의 과거 동료도 “마틴이 성소수자와 흑인, 여성과 유대인에 관한 혐오 발언과 죽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증언했다. 같은 날 LA에서 열린 성소수자 축제 ‘LA 프라이드 퍼레이드’(LA Pride Parade)로 향하던 백인 남성이 총기로 무장한 상태에서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진보와 보수, 총기규제 분열
참사가 발생하자 무슬림의 입국 금지를 주장해왔던 트럼프는 자신이 “과격한 이슬람에 대해 옳았다”며 오바마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기까지 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동성애 집단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며, 총기 규제 필요성을 주장해 정치적 입장에 따라 큰 온도 차를 보여줬다.
트럼프를 비롯해 강경 보수주의자들은 이번 사건을 “IS의 테러 범죄‘로 규정하고 ”이슬람 테러 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며 이번 사건이 무슬림에 의해 발생한 테러행위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 클린턴 전 장관 등 진보주의자들은 “이번 사건은 증오범죄로 총기 규제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이 또 다른 사회적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데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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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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