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시경 끝에 ‘클립·투명캡’ 달아 종양부위 위벽 전층 간단히 절제
▶ 배 구멍 안내고 전신마취도 없어

조주영 교수가 개발한 내시경 봉합기구 개념도.
A씨는 위내시경검사에서 직경 2㎝쯤 되는 종양이 발견됐다. 그래서 위벽의 어느 조직층에서 생긴 종양인지 확인하고 악성인지, 양성인지 가늠해보기 위해 내시경 초음파 검사(내시경 끝 부분에 초음파 변환기가 달려 있어 내시경 초음파검사를 동시 수행)를 받았다.
의사는 점막층 바로 아래 조직층인 점막하층(점막밑층)에 종양이 생겼는데 악성일 수 있으니 없애는 게 좋겠다고 권고했다.
문제는 절제 방법이다. 위 식도 대장 등의 안쪽 벽면 맨 위층인 점막층에 생긴 용종 종양은 내시경 끝에 달린 전기 칼로 생선회를 뜨듯이 쉽게 절제할 수 있다. 점막층에 한정된 초기 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점막하층에 생긴 종양(점막하종양)은 다르다. 일반 내시경으로는 종양이 꽤 커진 뒤에야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위내시경은 점막층에 염증이 있는지, 종양 등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상한 부위가 있으면 점막조직을 약 1~2㎜ 두께로 떼 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막하층에 생긴 종양은 복강경 수술이나 특수 내시경 시술로 잘라낸다. 잘라낸 조직을 검사해봐야 악성인지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점막하종양은 양성종양이 많지만 위장관기질종양(GIST), 유암종, 림프종 같은 악성 또는 잠재적 악성종양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점막하층에는 큰 혈관과 자율신경이 위치한다. 그래서 종양의 크기가 1~2㎝ 정도라도 석회화됐거나 지저분해 보이면 악성종양이라고 생각하고 절제한다.
그런데 복강경 수술은 전신마취를 하고 작지만 배에 구멍을 내야 한다. 400만~500만원쯤 드는 수술비도 부담스럽다. 그걸 감수하고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악성 종양은 아니라는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면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허탈하고 과잉진료를 받은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이런 환자에게 조주영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내시경 끝에 자신이 고안해 주문 제작한 봉합기구인 클립(Over-the-scope Clip)과 투명캡을 달아 종양 부위를 잘라내 회수하는 방법을 쓴다.
종양 부위를 복주머니처럼 묶고 그 아래 위벽 전층(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장막층)을 클립으로 봉합한 뒤 중간에 올가미를 씌워 종양을 제거한다. 배에 구멍을 뚫거나 전신마취를 할 필요가 없고 종양제거 과정에서 실수로 위에 구멍이 뚫리는 불상사도 피할 수 있다. 비용도 100만원 정도로 복강경 수술보다 훨씬 저렴하다.
조 교수는 “위장관 점막하종양은 작을 경우 발견하기 어렵고 양성인 경우 정기적 내시경 검사로 추적 관찰하게 된다”며 “악성으로 의심되는 2㎝ 이하 점막하종양을 특수 내시경으로 절제한 뒤 조직검사에서 무시무시한 암인 GIST로 확인되고 암세포가 주변으로 침투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와 암 치료까지 끝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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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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