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67위)이 프렌치오픈에서 3회전(32강)에 진출했다. 메이저 대회 3회전 진출은 생애 처음이다.

정현은 1일 프랑스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대회 5일째 남자단식 2회전에서 데니스 이스토민(80위·우즈베키스탄)을 1시간 51분 만에 3-0(6-1, 7-5, 6-1)으로 완파했다. 지난 2015년 US오픈과 올해 호주오픈에서 2회전에 오른 것이 자신의 메이저 최고 성적이었던 정현은 이날 승리로 그 기록을 바꿔놓았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단식 3회전에 오른 것은 2007년 9월 US오픈 이형택이 4회전까지 오른 이후 9년 9개월 만이다. 또 프렌치오픈으로 범위를 좁히면 2005년 이형택 이후 12년 만에 한국 선수가 롤랑 가로스 단식 3회전에 진출하게 됐다.

이날 경기는 시종 정현의 완승이었다. 1세트 첫 게임에서 이스토민이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킨 뒤 정현은 내리 6게임을 따내 불과 26분 만에 1세트를 가져오며 단숨에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서도 초반 정현의 기세가 매서웠다. 게임스코어 1-1에서 내리 3게임을 획득, 4-1로 달아나며 싱거운 승부를 만드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호주오픈 2회전에서 노박 조코비치(2위·세르비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던 이스토민도 그대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정현의 첫 서브 성공률이 다소 떨어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정현의 서브 게임을 따내 4-3으로 추격했고 이어서는 5-5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정현은 여기서 이후 연달아 두 게임을 따내면서 이스토민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특히 5-6으로 뒤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더블폴트 2개를 잇달아 범해 2세트를 정현에게 헌납한 이스토민은 완전히 싸울 의지를 잃은 듯 3세트에선 첫 5게임을 빼앗긴 끝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정현은 이날 승리로 이스토민과 상대 전적에서도 2승1패로 우위를 잡았고 3회전에 진출하며 랭킹포인트 90점과 상금 11만8,000유로를 확보했다.

정현은 3일 벌어지는 3회전에서 아시아 톱랭커인 일본의 게이 니시코리(9위·일본)와 충돌하게 됐다. 2014년 US오픈 결승까지 올라 아시아 남자선수론 최초로 메이저 대회 결승에 진출했고 2015년 세계 4위까지 올랐던 니시코리는 이날 열린 2회전에서 제러미 샤르디(74위·프랑스)를 6-3, 6-0, 7-6으로 꺾고 3회전에 올랐다. ATP투어에서 11번이나 우승한 니시코리가 정현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시코리와 처음 상대하게 된 정현은 “세계적인 선수기 때문에 아무래도 긴장되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것”이라면서 “키(178㎝)가 큰 편이 아닌데도 탑10에 진입하는 등 존경할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니시코리와 언젠가 한 번은 경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의욕을 내보이며 “1, 2회전에서 만났던 선수들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랠리를 많이 가져가는 편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니시코리는 3회전 상대로 결정된 정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연습을 같이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사실 서로 잘 모른다”라며 “포핸드나 백핸드 샷이 괜찮은 편으로 탄탄한 스트로크를 보유한 선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