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번에 큰 건 하나, 제대로 합시다.” 한국에서 온 전화다. “형님이 80억을 내. 내가 20억 댈게. 충남 안면도 알지? 거기에 100억짜리 관광지 개발 사업이라고!” 한국에서 건설 사업을 하는 흥부. 그 목소리에 이렇게 잔뜩 힘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놀부는 국제전화로 들리는 안면도의 갯벌이 영어로는 진주를 캔다는 뜻의 겟펄(get pearl)로 들렸다. 3년 전 일이다.
곧 바로 한국에 합작회사를 만들었고, 시민권자인 놀부가 대표를 맡았다. 놀부는 원래부터 미국에서 부동산 투자로 돈을 많이 벌고 있었다. 그래서 세금도 많이 냈는데, 이 한국 파트너십을 시작하고부터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모두 한국 회사의 손실 덕분(?)이다. 미국 이익을 한국 손실과 상계하고 나니, 종합소득이 zero가 되었다. 한국 회사는 한국에서 손실내고, 미국 파트너는 미국에서 이득보고. 운이 좋은 케이스다.
그런데, 분양을 시작한 금년부터 한국 회사가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보내 온 서류들을 갖고 회계사를 찾아갔다. "한국 회사에서 돈 한 푼 받은 것이 없는데, 도대체 왜 내가 미국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하나?" 놀부의 말을 한참 듣고만 있던 회계사. 그의 답변에 놀부는 더 화가 났다. "잘 모르겠는데요..."
여기저기 만나보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놀부가 문을 두드린 곳이, 문 아무개 회계사. 진단은 명쾌했고, 해법은 간단했다. 첫 번째 문제는 팬텀 소득세. 팬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말하는 그 팬텀이 이 팬텀이다. 1970년대 우리의 팬텀기가 무서워 북한이 남침을 못했다는, 그 팬텀이 이 팬텀이다.
팬텀 소득세(phantom income tax)는 회사 장부상으로는 돈을 벌었지만, 투자자 개인은 돈 받은 것이 없을 때(dry, cashless income) 생기는 개념이다.
대규모 사업은 여러 성격들의 돈이 모이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돈을 빨리빨리 회전시켜야 하는 사람도 있고, 길게 묵히는 것이 유리한 사람도 있다. 이렇게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그래서 사업의 방향이나 우선순위가 다를 때, 거기다가 계약서까지 애매하면 나중에 파트너들끼리 갈등을 겪는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얼굴은 어느 돈이나 똑같다. 근엄하고 동시에 인자하다. 그러나 그 돈의 주인 얼굴은 모두 다르다. 특히 그 돈이 국경을 넘어갈 땐, 그래서 두 나라의 세법과 회계기준이 복잡하게 얽힐 땐, 더욱 그렇다. 동업에 나와 같은 성격의 돈이 모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그래서 동업할 땐, 상대도 봐야 하지만 상대의 돈까지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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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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