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퀸즈 칼리지 한인 여교수 17년전 사건 폭로...학교측은 은폐
▶ “당시 더 용감하게 맞섰어야 했다”...가해자 사망 후에도 명성 유지

17년전 스탠포드대 대학원 재학중 성폭행을 당한 추서영씨의 당시 모습 [출처 머큐리뉴스]
할리웃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폭로로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가 엔터테인먼트, 정치권, 언론계, 스포츠계에 이어 방송가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여성도 지난 2000년 스탠포드대 대학원 재학중 교수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1일 머큐리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뉴욕 퀸즈칼리지 영문학과 교수인 추서영(39, 영어명 제니)씨는 17년 전 스탠포드대 영문학과 대학원 재학 당시 이 학교 교수인 제이 플리겔먼(Jay Fliegelman)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끔찍한 경험을 11월초 온라인 매거진 ‘엔트로피’에 공개했다.
또 2주 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플리겔멘 교수의 명성에 숨죽인 학교측의 은폐, 동료교수들의 침묵에 대해서도 비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추서영씨를 성폭행한 제이 플리겔맨 교수 [출처 머큐리뉴스]
당시 추씨의 고발로 학교 자체 조사를 받은 플리겔맨 교수는 2년간 무급 정직 처분의 징계를 받았으나, 2009년 ‘18세기 미역사학회’로부터 멘토십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사회적 명성과 영향력은 유지됐다. 강간 가해자임에도 지난 2007년 사망(58세)한 후에도 ‘뛰어난 교수’로 찬사받았으며 대학은 플리겔멘 교수 이름의 도서관에 그가 수집한 책들을 전시했다.
추씨는 “플리겔맨 교수가 ‘나는 너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할 때 나는 더 용감했어야 했고 그와 직면했어야 했다”면서 이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고 상담 치료를 받기도 했으며 “아직도 옷이 땀에 젖고 몸이 마비된 채 잠에서 깨어날 때가 있다”고 엔트로피에 밝혔다. 결국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였던 플리겔맨 교수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 추씨를 성폭행한 것이다.
추씨는 페이스북에서 플리겔맨의 성희롱을 보고도 묵과하며 자신을 조롱했던 영문학과 학과장인 알렉스 울록 교수를 비난했으나, 울록 교수는 당시 그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고 다른 동료교수들은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학교측의 무책임함을 묻는 추씨의 공개 질의에 드보라 줌왈트 스탠포드대 부학장은 이번주 추 교수에게 사과했다.
줌왈트 부학장은 “스탠포대학 교수의 성폭력으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에 미안함을 표한다”면서 “2000년 당신이 겪은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은 옳은 일”이라고 서신에 밝혔다. 그러나 스탠포드대는 추 교수 개인에게 사과했을 뿐 플리겔멘 교수에 관한 논평은 하지 않았다.
스탠포드 아카데미 프로그램 학장 페시스 드렐은 “너무나 오랫동안 직장, 교실 및 대학 캠퍼스에서 묵인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사실들이 실제로 용인돼왔다”면서 “특히 교수진과 학생간의 친밀한 관계가 용납됐고, 학생들에게 미칠 수 있는 해로운 영향은 간과돼왔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한시도 내가 당한 경험이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면서 “수년간 비밀로 숨겨왔지만 그것이 나를 병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탠포드에서 당한 고통를 잊기 위해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했으며 미국이름인 제니도 버렸다고 밝혔다.
추씨는 “성폭력을 당한 고통과 두려움이 내 글을 통해 조명되길 바란다”면서 “강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진지하게, 정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진실성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추 교수의 폭로는 학계에서도 수없이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탠포드 같은 사립대학은 UC버클리 같은 공립대학처럼 성범죄 관련 정보들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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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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