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혹은 존중, 그리고 이해 존경 혹은 존중, 그리고 이해](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8/05/28/201805282026255b1.jpg)
이지연 변호사
얼마 전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를 가리키며 “이런 무지한 사람이 정치에 대해 일갈한 글들이 대중매체에 버젓이 게재되는 세상에서 과연 뭘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걸 들었다. 내가 쓴 글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한 사람이었으면 아무리 수치심이 들어도 건설적 비평이려니 하며 담담히 받아들였을 텐데, 한 줄 이상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순간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그 사람은 나에 대한 ‘Respect’가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지나가다 흘러나온 말 하나로 공연히 자주 보는 지인과의 관계를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아 그냥 흘려듣기로 했다. 그렇지만 내 소심한 잠재의식 속에는 앙금이 남았던 것 같다. 그는 평소에도 나의 연락에 답변을 주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그 일이 있은 후 그저 그가 단순히 바쁘기 때문에 나의 선의를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 자체에 대한 예의가 결여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편하고 소원해진 우리 두 사람의 사이에 오해가 쌓이며 금이 갔다
‘Respect’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존경’ 혹은 ‘존중’이라 할 수 있다. ‘존경’에는 타인의 인격이나 사상을 높이 평가하여 공경하고 받드는 것이라는 사전적인 의미가 있다. 반면 ‘존중’은 타인의 인격을 귀중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나는 그 지인에게 존경까지 바라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존중은 바랐던 것 같다. 나의 지성이나 필력에 대한 비난은 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지만, 내가 그를 상대하는 일상 속에서의 언행이 수용되거나 경청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무시당했다는 느낌은 우리 관계 자체에 상처를 입혔다.
물론 존경 혹은 존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방만을 탓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가 우스갯소리로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내 알량한 자존심이 괜히 상처를 입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별다른 뜻이 없는 말과 행동을 두고 지나친 해석을 했을 수도 있고, 나 역시 평소에 그를 그렇게 대했을 수도 있다.
의사소통에 관한 기대치나 가치관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지인이 나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연락과 답변에 대한 개념이 나와 달랐기 때문에 내가 상처받을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그의 의도에 대해 추측을 했을 뿐, 그의 언행의 의미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지 않았다. 나 역시 자격지심은 없었는지, 또 스스로에게 얼마나 떳떳하며 남들의 평가로 인해 갈대처럼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봤어야 했다.
농담을 쉽게 웃어넘기지 못하고, 시간에 ?기는 삶 속에서 심리적인 기호를 전달하는 교류 방식과 태도의 차이를 조급하게 판단한 나에게 그 지인과의 우정을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하는 의지와 배려심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인과의 일을 다시 떠올려 보며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이해받고 싶으면 먼저 이해해주고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해주는 태도를 갖는다면 세상에 팽배한 오해와 갈등은 조금씩 사라지게 될 것이다.
타인을 변화시키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내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추측과 억측을 자제하며 내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순간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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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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