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조사...자녀에 직계세습 69%로 최다
▶ 독립교회 세운 후 나중에 합병, 한-미 교차세습 등 수법 다양

교회 담임목사 세습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신학생들. [연합]
명성교회가 부자 세습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곳곳에서 교회 세습이 꾸준히 이어져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지난 8일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교회 143곳에서 교회 대물림, 세습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2013년 3월12일∼2017년 11월10일 교회 세습과 관련한 제보를 접수했다.
세습 교회로 파악된 143곳 중 98곳(68.5%)은 부모가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이른바 ‘직계 세습’이 이뤄진 경우였으며 나머지 교회 45곳은 ‘변칙 세습’으로 분류됐다.
명성교회는 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가 퇴임 뒤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위임목사직을 대물림한 직계 세습으로 볼 수 있다. 변칙 세습은 교회 설립자이자 목사인 부모가 목사 자녀에게 교회를 곧바로 물려주는 대신 먼저 독립시켜 교회를 세우게 한 뒤 몇년 뒤 교회 간 합병으로 세습을 하는 형태다.
세습에 대한 교회 안팎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외부에서 담임목사를 청빙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임시키고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소위 ‘징검다리 세습’도 횡행한다. 이 밖에도 친분이 있고, 규모가 비슷한 교회 2곳의 담임목사 2명이 각각 상대편 목사 자녀를 차기 담임목사로 데려오는 ‘교차세습’ 형태도 벌어진다.
최근에는 이민교회도 이런 변칙 세습을 시도한다. 한국에 위치한 교회와 이민교회의 담임목사직을 각각 상대방 목사의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층 교묘해진 수법도 동원된다. 교차세습을 한 뒤 얼마간 기간이 지나면 교회를 물려받은 자녀가 다시 한국과 미국으로 서로 이동해 아버지의 담임목사를 그대로 잇는 방식이다.
이번에 세습이 확인된 교회 143곳 중 3분의 1에 가까운 55곳이 서울에 있었다. 경기·인천이 58곳, 대전·충청 18곳, 광주·전라 6곳, 대구·경북 4곳, 부산·경남 2곳이었다.
교계 언론인 뉴스앤조이가 최근 공개한 ‘2019년 3분기 세습 지도’를 보면 세습이 이뤄진 교회 수는 2배 가까이 더 많았다. 이 매체는 올해 3분기 교회 세습 지도를 업데이트하며 교회 21곳의 세습이 추가로 확인됐다며 전국에서 세습 교회로 확인된 곳은 모두 285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교계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각 교회가 속한 교단 헌법에 교회 세습 금지조항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부모가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세습이 여러모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관계자는 “교회 세습은 무엇보다 신앙적인 관점에서 맞지 않다”며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교회를 대물림하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면 논란의 당사자인 명성교회 관계자는 세습문제를 두고 “외부에서 목사를 청빙해 왔다가 잘 안돼 교회가 무너지거나 분란이 나는 경우를 봐 왔다”며 “김하나 위임목사직 청빙은 당회 의결 등 절차를 따른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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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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