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티노 출신 첫 주교회 의장 선출…이민개혁 목소리 낼듯

호세 고메스(맨 오른쪽) LA 대주교가 지난 12일 미국 가톨릭 주교회 의장직에 선출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호세 고메스 LA 대교구 교구장이 지난 12일 ‘미국 가톨릭 주교회’(U.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의 최고 직위인 의장직에 선출됐다.
멕시코 출신인 고메스 교구장은 라티노 이민자로는 사상 최초로 미국 가톨릭계를 이끌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고메스 교구장은 그동안 천주교적인 가치에는 보수적이면서 이민 개혁과 관련된 이슈에는 진보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고메스 교구장은 이메일을 통해 “미국처럼 위대한 나라에서 젊은이들을 추방의 위협 아래 살도록 해서는 안 된다. 현재 그들의 삶은 법원의 결정에 달려있다.”라며 신도들에게 선출 소감을 밝히는 한편 이민 개혁에 대한 강의 의지를 거듭 밝혔다.
멕시코 몬트레이에서 태어난 고메스 주교는 올해 67세로 1978년 스페인에서 사제로 임명됐다. 덴버 대교구 보좌 주교직을 거쳐 샌안토니오 대교구 교구장으로 임명된 고메스 교구장은 지난 2011년 라티노 출신 최초로 LA 대교구 교구장직에 올랐다.
“단지 신부가 되려고 했고 그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인 줄 알았다”라며 겸손한 태도인 고메스 교구장은 “이민은 내 가족이 겪은 현실”이라며 LA, 오렌지, 샌버나디노 카운티 교구 대표들로 구성된 이민 대책 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이민 개혁에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고메스 교구장은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은 벌금 납부, 커뮤니티 봉사 등에 대한 책임이 있고 미국 법과 규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지만 추방 명령은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가톨릭계는 고메스 교구장 선출로 최근 급격한 감소세인 라티노 가톨릭 교인 숫자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교 매체 ‘릴리전 뉴스 서비스’(RNS)의 토마스 리스 신부는 “멕시코 이민자가 가톨릭계 수장에 올랐다는 소식은 전국 히스패닉 이민자들에게 그들도 지도부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라며 “또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관련, 미국 주교회가 보내는 상징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다”라고 LA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해석했다. 최근 발표된 퓨 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톨릭이 라티노 이민자의 주요 종교 위치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티노 이민자 중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비율은 약 47%로 10년 전(약 57%)에 비해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종교가 없다고 밝힌 라티노 이민자는 약 15%에서 약 23%로 급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단속 정책 실시 이후 가톨릭계 내부에서 이민 정책과 관련된 분열 양상이 나타났다. ‘퍼블릭 릴리전 리서치 인스티튜트’(PRRI)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들에게 미국 시민권자 취득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라티노 가톨릭 신자 비율은 약 77%로 백인 가톨릭 신자(약 55%)보다 훨씬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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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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