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 사유는“한국이 더 안전한 것 같아서”“연로하신 부모님 뵈러” 등등
티켓팅이 시작되자 승객들이 창구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1일 워싱턴발 인천, 대한항공(KE094) 티켓팅을 위해 승객들이 창구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1일 한국발 비행기를 타고 온 승객들이 입국장에서 나오고 있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가 보니…
7월이 시작되는 1일 오전, 덜레스 국제공항을 찾았다. 코로나 19 사태의 여파로 모두가 해외여행에 몸을 사리는 요즈음 공항의 분위기는 어떻고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또 그 이유는 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택시, 공항버스도 몇 대 없어
덜레스 톨 로드 입구는 평소와는 달리 한산했다. 공항 주차장 게이트는 크레딧 카드를 넣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넓은 공간이 무색할 정도로 주차된 차들이 적었다. 어딜 갔는지 택시와 공항버스들도 몇 대 보이질 않았다.
공항 실내로 들어서자 입구 쪽에 있던 렌트카 회사들의 창구가 모두 철수했는지 보이질 않았다. 주차료를 계산해 주차 티켓을 발급하던 무인 기계들도 모두 없어졌다. 나중에 공항을 빠져나올 때 주차료 계산 게이트도 무인으로 바뀌었다.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여행객, 방문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 대한항공 직원들 마스크 착용해
2층에 들어서자 즐비한 항공사들의 체크인 창구는 한두 군데만 빼고 모두 비어 있어 코로나19 여파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대한항공 창구 앞은 텅 비어 있다 오전 10시경부터 승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1시 25분에 출발하는 한국행 KAL 094편 비행기를 탑승하려는 승객들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마스크에 페이스 쉐이드까지 착용하고 티켓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 직원은 “승객을 맞이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게 불편하지만 서로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공항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어떤 승객들이 주를 이루냐는 질문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중국 등 외국인 승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90%가 한국인들인데 꼭 필요한 사람들만 이용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비행기 한대의 수용인원이 220명 정도인데 최근에는 절반 수준인 100여 명가량이 탑승해 비행기 안에서의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가족과 젊은 승객 대부분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은 가족단위와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가족과 함께 1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다는 박 모씨(MD)는 “상황이 좀 안 좋긴 하지만 계획대로 한국으로 귀국하기로 했다”면서 “좀 더 있고 싶었는데 지금은 한국이 코로나19 사태 대처를 더 잘하는 것 같아 안전을 위해 귀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에스터 양(VA)은 “이 곳으로 유학을 와서 공부가 다 끝났다”면서 “대학은 한국에서 다니기로 결정했다. 여긴 학비도 비싸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너무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부모님이 귀국하라고 하셨다”고 이유를 밝혔다.
오래전부터 한국 방문을 계획했다는 김 모씨(페어팩스, VA)는 “미국에 온 지 15년 만에 한국 방문을 계획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한국 도착 후 2주 동안의 자가 격리하는 것을 감수하고 가기로 결정했다”면서 “사실 걱정은 되지만 오히려 한국이 더 안전할 것 같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또 언제 뵐 수 있을지 몰라서 여행을 강행했다”고 한국 방문을 강행하는 뜻을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이 조심스러운 요즘 한국으로 여행을 하는 승객 대다수가 영구 귀국하거나 꼭 필요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 입국장도 한산
정오가 다 되어가자 외국과 한국에서 도착한 승객들이 한 두 명씩 입국장에 나타났다.
예년의 입국장 입구에는 입국을 축하하는 플래카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손자들, 부모를 기다리는 자녀들 등 다양한 인파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눈이 띄었다.
또 입국장을 한꺼번에 우르르 나오던 모습은 사라지고 간간히 나오는 모습이었다.
KAL 093편으로 입국한 조지워싱턴대학교 로스쿨에 재학 중인 박 모 양(VA)은 “지난 3월에 휴교령이 내려져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5월에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번에 아파트 리스를 정리하려고 일주일간 잠깐 방문했다”면서 “가을학기의 수업 진행 방식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 같아서 일단 한국으로 귀국해 공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의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워싱턴까지 14시간 동안 밥 먹는 시간 말고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승객이 반 정도 돼서 자연스럽게 한 자리씩 띄어 앉아서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안전하게 왔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 미주노선 비행기를 탑승할 때는 무려 3번이나 열 체크하고 꼼꼼하게 했는데 미국에 도착해서는 아무 검사도 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너무 관리를 안 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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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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