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나 자신에게 감사하고 그 다음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말은 지난 2002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과거가 없는 남자’(The Man Without a Past)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Aki Kaurisma’ki, 1957 - )의 아마도 역사상 가장 짧고 솔직한 수상소감이다. 제55회 칸 국제영화제에선 우리나라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 (醉畵仙)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년ㆍ노년층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 세대 대학생들까지 각종 스트레스로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데 앞에 인용한 말대로 우리 모두 무엇보다 각자 자기 자신에게 감사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취화선’이 머슴 출신으로 그림을 잘 그려 궁정화가로 출세하지만 다 박차고 다만 그림에 신들려 방랑하는 환장이 신선이 된 조선조 말 장승업(張承業)의 이야기라면 우리도 각자대로 자기 자신에게 신들린 ‘취아선’(醉我仙)이 되어보자는 말이다.
자고로 ‘글’이란 그리움이 준 말, 절절한 숨 기(氣)가 절로 응축된 것이라 할 것 같으면 그렇게 ‘그리는 그림이나 글’이란 ‘인생’이란 종이나 화폭에 ‘삶’이란 붓으로 ‘사랑’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쓰고 그리는 것 아닐런지…
‘사랑’ ‘죽음’ ‘가슴’ ‘눈물’ 그리고 ‘안녕’이란 다섯 단어만 알면 오페라를 이해할 수 있다고 그 누군가가 일찍이 말했듯이 진정 ‘노래’란 목소리 손짓 발짓으로 부르는 것이라기보다 넋 소리, 몸짓, 마음 짓으로 ‘가슴 뛰는 대로’ 부르는 것이라면 이것은 미치도록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그리고 쓰는 ‘글’과 ‘그림’ 아니 ‘사랑의 숨’찬 ‘숨소리’ 곧 ‘삶의 노래’이리라.
소년시절 나는 코스모스가 좋았다. 이유도 없이 그저 좋았다. 청초한 그 모습과 아리따운 그 자태 때문이었을까. 보기만 해도 아니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코스모스의 꽃말이 소녀의 순정을 뜻한다는 것을 알고 청년이 된 나는 코스모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남모르는 열병 코스모스 상사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나는 코스모스 같은 소녀를 찾아 나섰다. 미움과 모짐의 카오스적 혼돈과 혼란 속에서도 억지와 무리가 없는 사랑의 낙원을 찾아.
언제 어디서나 코스모스 같은 아가씨가 눈에 띄면 만고의 그리움 솟구치는 나의 사랑을 고백했다. 어쩌면 타고난 태고적 향수에 젖어 정처 없이 떠돌아 방황하던 시절 어린 나이에 사랑의 순례자가 된 나로서는 독선과 위선, 고정관념과 편견, 고집불통의 아집으로 화석화된 어른들의 세계가 보기 싫어 아름다운 우주 코스모스 속에 순수한 사랑으로 새로 태어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나는 사랑할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한. 이제 바람 한 점에도 코스모스 출렁이는 바다 됨은, 아직도 내게 미련의 노래 남아있어서일까.
나는 어려서부터 유달리 ‘수선화 피우는 낙’으로 살아 왔나 보다… 연못 물 속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한 나머지 그 연못에 빠져 죽은 미소년(美少年)이 그 연못가에 수선화로 피어났다는 전설처럼.
봄에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꽃이 수선화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코스모스가 가을에 가는 곳마다 길가에 하늘하늘 피도록 부지런히 수선화부터 이 지구 땅덩어리 연못가에 많이 많이 피고 지고해야 할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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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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