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질환 가진 이웃 침입 이유 총격…사건 직후 현장 출동·조사 차단…마약단속국 수사 개입 의혹 제기
해롤드 듀안 풀(48)은 전 세계 마약 밀매 조직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DEA)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요원이다. 풀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가니스탄·라틴아메리카 마약 밀매자들 소탕 작전에 공을 세우고, 미시시피주(州) 32개 카운티 주요 마약 밀매 사건을 담당하는 잭슨지청 감독관이라는 고위직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이웃인 체이스 브루어(47)가 그가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두면서, DEA의 권한 남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풀이 살인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을뿐더러 직위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풀의 이웃인 브루어는 생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현대의학의 기적’이라고 불렸다. 1996년 유전성 장애로 △위 △십이지장 △췌장 △장 △간 등 장기 5개를 이식받고도 살아나서다. 다만 브루어가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마약까지 사용하면서 때때로 환각에 시달리는 등 정신질환을 앓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풀과 브루어는 몇 년 동안 서로 알고 지냈다. 현지 언론은 “한때는 아주 좋은 사이였기 때문에 풀이 브루어를 그의 요리 모임에 초대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연은 결국 악연이 됐다.
사건은 지난해 4월 27일 미시시피주 코피아카운티 풀의 집에서 발생했다. 풀은 보안관실에 전화해 브루어가 자신의 집에 침입하고 있다고 신고한 뒤 출동을 요청했다. 하지만 3분 뒤 AR-15 반자동소총으로 브루어를 사살했다. “(브루어가) 돌을 던지며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는 게 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보안관실 수사 결과 주변에서 돌은 찾을 수 없었다. 풀이 브루어를 따라가 사살한 정황도 나왔다. 보안관실은 브루어의 가족에게 “진짜 정의를 찾겠다”고 했고 풀의 살인 혐의 기소를 시도했지만 검찰과 대배심은 풀을 기소하지 않았다. 풀은 지난봄 원래 직위로 돌아갔다.
풀 측은 브루어가 평소에도 풀의 사유지에 반복적으로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2020년 9월에는 침실 창문을 통한 침입 시도도 있었고, 수영장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가족이 위협을 느꼈다고도 했다. ‘살인이 아닌 정당방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브루어의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사건의 이면이 드러났다. AP 취재 결과 사건 초기부터 DEA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풀이 사건 당시 비번이었는데 사건 직후 DEA 요원들이 범죄 현장에 출동한 것은 보안관실에 압박이 됐다.
한 DEA 감독관은 자신이 ‘(사건 조사) 책임자’라고 선언했고, 주와 지역 수사관들이 풀을 조사하는 걸 48시간 이상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DEA 본부에서 보안관실에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법 집행기관의 권한 남용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AP는 “브루어의 유족은 적어도 풀이 이웃의 죽음에 사과나 애도를 표하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DEA와 마찬가지로 풀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왜 풀의 살인이 정당방위로 인정됐는지도 검찰과 대배심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