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 속에 ‘낙태 피난처’를 자처한 캘리포니아 주에서 최근 낙태 웹사이트가 개설됐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14일 공식적인 낙태 웹사이트(abortion.ca.gov)를 개설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주민들이 웹사이를 통해 낙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웹사이트를 접속하면 ‘낙태는 합법적이며,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낙태의 권리가 보호된다’는 문구가 크게 보인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지 않는 타주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연 1만여명의 타주 주민들이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를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향후 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웹사이트에는 낙태를 하기 위한 방법, 순서, 비용 지불 방법 등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기술돼 있고, 이민자와 서류미비자, 18세 미만 미성년자 등을 대상으로 한 낙태 정보도 제공됐다.

앞서 지난 6월24일 연방 대법원은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미국에서 이념 성향을 가르는 큰 잣대의 하나인 낙태는 1973년 ‘로 대 웨이드’로 불리는 기념비적 판결에 따라 법적으로 보장돼 왔다.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혼자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24주 이전에는 낙태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낙태권을 보장하는 연방 대법원의 보호막이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지됨에 따라 낙태권 옹호 단체인 미 구트마허연구소는 미 50개 주 가운데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했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는 ‘낙태 피난처’를 자처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 주의회의 경우 대법원의 판결 직후인 지난 6월27일 낙태권 보장을 주 헌법으로 정할지 여부를 묻는 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합의했고, 해당 안건은 오는 11월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게 된다.

캘리포니아 주법은 ‘의사가 특별한 의학적 조치 없이 태아가 자궁 밖에서 계속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가 아이를 낳거나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의 기본 권리를 부정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달 초 가주 의회는 낙태권을 보호하기 위한 13개의 법안을 통과시키고, 2억달러 규모의 낙태 관련 예산안을 승인하면서 ‘낙태 피난처’ 주에 걸맞는 실천력을 보여줬다. 뉴섬 주지사는 낙태 옹호자인만큼 대부분의 낙태 법안에 최종 서명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LA 카운티 정부도 가주 정부와 보조를 맞춰 임신 여성들의 낙태권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15일 천명했다. LA 카운티 정부는 여성들이 낙태를 받는데 어떠한 제약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