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뉴욕시 베이사이드 오클랜드 호수에 가면 백조 두마리가 노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청둥오리, 캐나다 구스, 갈매기, 이름 모를 철새 등 여러 새들 가운데 백조는 멀리서도 보일 만큼 모습이 우아하고 돋보인다.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었으며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오리과 고리속 조류이다. 보이지 않지만 물에 있을 때 끊임없이 발을 빠르게 움직인다.
롱아일랜드 다른 호수에서도 간혹 백조가 한 쌍으로 노니는 모습을 보았다. 3년 전에는 더글라스톤 해변가(Shore Road) 산책을 하다가 리틀넥 만(Little Neck Bay)에 백조 10마리가 편대를 지어 유유히 물위를 행진하는 희귀한 광경을 보았다.
금년 3월 말 오클랜드 호수 공원에 가서 봄풍경을 보러 한바퀴 걸을 때 작은 갈대밭에 백조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작년에도, 재작년 봄에도 보도에서 가까운 곳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품어서인지 알을 부화하는데 실패했다.
이번에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물가에서 가까운 갈대밭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고 있어 부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알을 낳은지 약 40일 동안 어미 백조가 품어야 부화되어 새생명이 햇빛을 보게된다.
알이 성공적으로 부화되기를 바라며 알을 품고 있는 어미 백조를 응원했다. 시간을 내어 호수에 들러 백조가 알을 잘 품고 있는지 관찰했다. 4월은 봄이지만 기온의 변화가 심해 추운 날도 있고 비오는 날도 많다. 날씨가 춥고 비오는 날에도 알을 품고 있는 어미백조를 볼 때마다 애처롭게 느끼며 고난을 견뎌내어 알들이 무사히 부화되기를 기도했다.
알이 부화됐는지 궁금하여 일주일만인 5월 10일 호수에 왔다. 호수 주위 연초록의 나무들이 초록으로 변한 숲을 보니 내 마음도 싱그럽다. 알을 품고 있던 자리에 백조가 보이지 않는다. 궁금하여 빠른 걸음으로 가보니 호수 저편에 백조 두 마리가 물위에서 노닌다. 아직 알이 부화 됐는지 아닌지 모른다. 가까이 가 보니 아기 백조 둘이 물위에서 엄마, 아빠 백조와 즐겁게 놀고 있다.
세상에 갓 나온 갈색을 띈 아기 백조 둘이 물위도 잘 다니고 자맥질도 잘 하는 것을 보니 놀랍기만 하다. 엄마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쪼르르 물방울을 튀기며 따라가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2-3년후 짝을 찾아 나가기까지 여기가 아기 백조들의 고향이고 백조가족의 천국이다. 신록의 계절에 내가 천국에 와 있는 느낌이다. 새생명 출생의 기적을 보니 감사와 기쁨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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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국제펜한국본부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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