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의 지하철 3호선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엘살람 차량 기지. 최근 찾은 이 정비창에는 시운전 점검을 앞둔 현대로템의 신형 전동차들이 철도 위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열차 내부에 들어가니 에어컨과 액정표시장치(LCD) 노선도 등 카이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신식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현대로템은 이집트 교통부 산하 터널청(NAT)에 2018년부터 256량의 전동차를 공급한 데 이어 2022년 320량 전동차 공급 및 최대 10년의 차량 유지 보수를 위한 6억 5600만 달러(약 87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을 수주해 시행하고 있다.
만성적인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이집트에서 개별 외국기업이 국책 사업에 뛰어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외환거래가 전면 통제되다 보니 기업 의도와 무관하게 발주처에 달러화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데다 이집트 정부에서도 각국 기업 간 수주 경쟁을 붙이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현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는 진출 역사가 길고 정책 자금이 풍부한 유럽과 일본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 현대로템이 사업을 따낸 배경에는 장기 저리로 차관을 내주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있었다. 이현정 수출입은행 이집트 주재원은 “카이로 메트로 320량 공급건은 낙찰조건부 지원 사업 중 아프리카 최대 규모인 4억 6000만 달러의 EDCF 자금이 지원될 예정”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100여 개의 중소·중견 협력사의 해외 동반 진출이라는 낙수 효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는 EDCF는 최대 한도가 정해진 만큼 부족한 금액은 수은의 자체 정책기금인 수출금융을 활용하는 일종의 ‘복합 금융 패키지’로 사업이 진행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2년 이집트 정부와 2조 20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패키지 수출 사업 체결이라는 축포를 쏠 수 있었던 데도 수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방산 분야는 EDCF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은이 직접 이집트 정부에 구매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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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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