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세계 최초로 판사를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특별선거 투표가 1일 실시됐다. 유권자들은 대법관 9명을 포함해 총 881명의 연방 판사를 선출하기 위해 각 후보 번호를 투표지에 직접 기입한 뒤 투표함에 넣었다. 법관 직책마다 따로 투표해야 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최소 6장에서 많게는 13장까지 투표지를 받아 기표소에 들어갔다. 복잡한 투표 방식 탓에 일부 유권자들은 종이를 주름지게 접은 ‘커닝 페이퍼(cheating paper)’를 만들어 투표지와 함께 들고 기표소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이를 ‘아코디언 투표용지’라고 부른다.
■ 판사 직선제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사법부와의 갈등 끝에 추진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여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판사 직선제 개헌안이 통과되며 대법관의 정원과 임기가 축소됐다. ‘부패한 사법부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걸어 추진했지만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이 사법부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우려가 커졌다.
■ 이번 선거는 혼란스럽게 진행됐고 대법관 투표율은 12.1%에 그쳤다. 전체 3396명의 법관 후보자 중에는 마약 카르텔에 연루된 변호사도 포함되며 자질 논란까지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부정선거 의혹과 집권당에 유리하게 설계된 선거 구조였다. 다수 득표자 9명이 뽑히는 대법관 선거에는 판사 경력이 없더라도 법학 학사학위만 갖고 있으면 출마할 수 있다. 64명의 출마로 후보자들이 난립하는 바람에 집권당이 밀어주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 허핑턴포스트는 “판사 직선제는 멕시코의 사법 체계를 모레나에 종속시킬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4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의를 열어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입법은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현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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