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대- 사라 김 리(Sarah Kim-Lee) 2

사과 토마토 김치를 들고 포즈를 취한 사라 선생님.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중략)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을 통해 사람을 맞는 일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드러난다. 사실 이민자로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히 Sarah Kim-Lee 선생님 (이하 사라 선생님) 은 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환대의 과정을 ‘음식’에 담아왔다. 1970년대 시작된 사라 선생님의 미국 이민 생활이 오늘처럼 찬란한 건 ‘환대를 담아온 음식의 역사’가 방문객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쉬며 곳곳에서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 선생님은 두 갈래의 음식 유산이 있다. 가족과 이탈리아 할머니에게서 온 각각의 유산은 ‘받아들임과 이음’으로 대표되는 사라 선생님의 요리 레시피 철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첫째, ‘받아들임’의 레시피. 저절로 물려받은 가족 전통인 함흥과 안동의 기억이 담긴 레시피다. 그 기억은 이민 초창기에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붙잡아주던 음식으로 탄생했다.
둘째, ’이음‘레시피. 스스로 선택해 받아들인 경험이 담긴 레시피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살던 때 만난 이탈리아 이웃들의 손맛이 사라 선생님의 부엌에서 이어지며 또 다른 환대의 전통이 되었다.
이 두 가지 레시피 철학이 절묘하게 녹아든 두 가지 요리를 소개한다.
우선 명란젓 김치를 살펴보자. 이 레시피는 고향이 안동이었던 사라 선생님의 친할아버지께서 발령을 받아 함흥에 머물던 시절에 그 기원이 있다. 친할아버지의 세 아들중 한명이었던 사라 선생님 아빠는 함흥에 머물며 명태를 포함한 다양한 함흥 음식을 맛보았다. 그리고 그때 맛본 음식의 맛을 못잊은 아빠는 미국 이민 초기, 어린 사라 선생님과 함께 기억속 맛에 의존해 다양한 요리를 시도하게 된다. 한국에 계신 친할머니께 궁굼한 것을 여쭙기도 하면서 함흥에서 맛본 음식의 맛을 구현하려 노력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사라 선생님은 여러번의 시도와 도전 끝에 함흥의 맛과 가장 유사한 명란젓 김치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었다. 다행히 1970년대 미국의 일본 마켓에서 명란젓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한 몫했다고 한다.

명란젓 김치.
[사라리 선생님의 요리 레시피]
명란젓 김치
준비물: 명란 500g, 피쉬소스 1-2 큰 술, 다진마늘 1 작은 술, 생강즙 1 큰 술, 조선간장 1 작은 술, 고춧가루 3-4 큰 술, 볶은 참깨 1 작은 술, 얇게 썬 무 1컵, 소금 1 큰 술,참기름 ½ 큰 술, 다진 쪽파 (2줄기 정도)
만드는 방법:
초록빛의 무 윗부분을 아주 얇게 썬다.
무에 소금을 뿌려 절인다. (10분 정도)
2를 찬물에 씻어 물기를 짠다.
3에 고춧가루를 넣고 섞어 예쁜 색을 낸다.
명란젓 껍질을 벗긴다.
볼에 무와 명란젓을 넣고 다진 마늘, 다진 쪽파를 넣는다.
볶은 참깨, 생강즙, 조선간장, 피쉬소스를 넣고 잘 섞는다.
소독한 병에 담아두고 1-2주 안에 먹는다.
그다음으로 살펴볼 요리는 사과 토마토 김치다. 사라 선생님은 1970년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살며 이탈리아 할머니들이 키운 텃밭 야채를 맛봤다. 또한 토마토를 길러서 여름에 토마토 소스를 만들어두고 겨울내내 먹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이 마치 우리나라 김장 담그기 문화와 유사했다고 한다. 당시 마음껏 먹었던 토마토의 추억을 그리워 하는 마음은 앞으로 소개할 사과 토마토 김치를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사과 토마토 김치는 재료가 중요한 김치다. 토마토는 향이 좋은 유기농 헤어룸(Heirloom) 토마토를, 줄기에 붙어 있는 유기농 체리 토마토 (Cherry tomatoes on the vine), 그리고 유기농 펄 (Pearl) 토마토를 추천한다. 사과는 허니 크리스피 (Honey Crisp), 핑크 레이디 (Pink Lady), 재즈 (Jazz), 갈라 (Gala), 그래니 스미스 (Granny Smith) 로 만들면 좋다.

사과 토마토 김치.
[사라리 선생님의 요리 레시피]
사과 토마토 김치
준비물: 체리 토마토 2 팩, 허니 크리스피 사과 1개, 고수, 다진 마늘 1-2 큰 술, 생강즙 ½ 작은 술, 고춧가루 1 큰 술, 멸치액젓 1 큰 술
만드는 방법:
십자 모양을 낸 토마토를 팔팔 끓는 물에 10초간 데친 후 얼음물에 담근다.
1의 껍질을 벗기고 큰 것은 반으로 자른다.
사과는 크게 깍둑썰기한다.
볼에 토마토, 사과, 갖은 양념 재료를 넣고 버무린다.
4에 고수잎을 넣는다.
버무려진 김치를 맛보고 소금 간을 한다.
참고: 고수는 양념이 묻으면 금방 숨이 죽기 때문에 접시에 담기 직전에 넣는다. 담은 음식 위에 흑깨를 살짝 뿌리면 예쁘다.
사라 선생님의 두 가지 김치는 전통을 가두기 보단 전통을 풀어 새로운 창조를 만들어낸다. 전통에서 뻗어나가 다시 전통이 되는 일. 사라 선생님의 김치는 그 끝없는 순환 속에서 우리를 계속 이어주고 있다. 서로 다른 계절, 다른 재료, 다른 지역,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한데 버무려져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함흥의 맛과 안동의 추억, 이탈리아의 손맛과 미국의 식재료가 버무려져 ’이민자 김치‘가 탄생하기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녹아드는 것은 ‘잃어버림’이 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의 탄생’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사진 양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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