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F 이사회, 신청자들 안타까운 사연 공유하며 눈시울 붉히기도
‘보다 넓고 좋은 땅에서 아이들을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E2 비자로 시애틀로 이민을 왔던 K(59)씨는 20여년이 지난 현재 자신의 모습은 꿈에서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E2 비자를 가지고 미국에 왔던 많은 한인들처럼 K씨도 세탁소를 개업해 아이들을 잘 키우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가 싶었다.
하지만 세탁소 장사가 기울면서 사정은 180도 다르게 돌아갔다. 손님이 별로 없으니 사실상 종업원을 쓸 수 없어 부부가 밤낮으로 일에 매달려야 했다. E2 특성상 적자가 나도 영업을 계속해야 했고, 부인은 힘든 노동 탓인지 몇년 전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도 더이상 적자폭을 감당할 수 없어 2년 전 폐업을 하면서 불체자 신세가 된 것이다.
K씨는 ‘불체자’라는 주홍 글씨 덕에 트럼프 행정부이후 강화된 이민 단속에 잡힐까봐 밖에도 못나가고 집에 박혀 사는 삶을 살고 있다. 여기에다 서류미비자란 딱지를 달고 있는 자녀 가운데 한 명이 정신적인 질환까지 얻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쇼어라인 한식당 뉴강남식당에서 열린 ‘한인비상기금’(KEFㆍKorean Emergency Fund) 결산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진과 수혜신청 대행 사회봉사기관 관계자들은 52명에 달했던 수혜 신청 사연들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인플레이션과 고물가의 여파로 경제적 고통을 넘어 육체적ㆍ정신적 건강 문제까지 불거져 힘겨운 한인 동포들이 넘쳐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불법 체류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그마나 갖고 있던 일자리를 잃은 서류미비 상태인 한인들이 올해는 유독 많았다.
더욱이 정신질환을 앓는 자녀를 둔 가족들이 올해는 많았던 것이 특징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미국 주류사회에 나왔을 정도로 큰 사건의 피해자나 가족들도 가정 파괴에다 경제적 고통까지 가중되면서 성금 수혜 신청을 한 경우도 몇건에 달했다.
이사회 참석자들은 힘든 이민생활을 하면서 뜻하지 않은 경제적 고통으로 좌절하고 있는 한인 불우이웃들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그나마 따뜻한 온정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KEF를 이끌다시피한 박귀희ㆍ윤부원ㆍ곽종세 이사는 “주변에 상상하기도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불우이웃이 매년 이렇게 많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그런 가운데 이들을 돕기 위해 십시일반 동참을 해주는 동포사회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인생활상담소 김주미 소장과 임승연 매니저, KWA대한부인회 박명래 이사장과 황현미 슈퍼바이저, 코너스톤 무료클리닉의 이명자 대표(가정의학과 전문)와 앤젤라 리 매니저도 올해 신청자가 유독 많았던 현실에 가슴이 먹먹함을 느껴야 했다.
이들은 “한인불우이웃돕기 성금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떠나 고통에 빠진 한인에게 다시 살아갈 희망과 소망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한인비상기금의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은 경제적 고통으로 시달리는 동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자는 취지로 41년 전인 1985년부터 시작됐고, 현재는 서북미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이수잔ㆍ신도형ㆍ이현숙ㆍ황양준 이사도 “한인들의 동포애가 가득 담긴 성금이 힘든 한인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소망, 그리고 희망과 위안이 전달되길 간절히 바란다”면서 “다시 한번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KEF는 11월 추수감사절부터 이듬해 1월말까지 집중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한인생활상담소ㆍACRSㆍKWA대한부인회ㆍ코너스톤 클리닉 등 4개 전문기관을 통해 수혜자 신청을 접수한 뒤 2월 중 이사회를 열어 공정하게 배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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